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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케 신당 돌풍

Posted September. 29, 2017 07:56   

Updated September. 29, 201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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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각 또각 또각…. 구두소리가 들리더니 어두운 복도 끝에서 한 여성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음흉한 인상의 남자들이 그에게 고함을 질러도 꿋꿋이 밝은 빛을 향해 걷는다. ‘그냥 참을 것인가, 우리 모두가 변화를 만들 것인가‘란 질문에 이어 ‘희망의 당(黨)’이란 단어가 마지막을 장식한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65)가 등장한 유투브 동영상의 내용이다. 자신이 이끄는 희망의당 홍보영상인데 ‘고이케의, 고이케에 의한, 고이케를 위한’ 이미지로 채워졌다. 아베 신조 총리의 조기총선 방침에 따라 어제 중의원이 해산됐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자민당에 이어 투표하고 싶은 정당 2위로 고이케 신당이 꼽혔다. 도쿄의 첫 여성 수장이 단숨에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모든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똑같이 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야.” 무역상을 했던 고이케의 아버지가 일찍부터 딸에게 해준 말이다. 그래선지 인생행로가 남달랐다. 1971년 이집트 유학을 선택한 것이나 아랍어 통역을 거쳐 뉴스앵커로 활동하더니 마흔 살에 정계입문을 선택한 것이나. 이후 아랍어뿐 아니라 유창한 영어실력의 글로벌한 이미지, 방송인 출신답게 미디어를 다루는 능숙한 솜씨로 대중을 파고들면서 정치적 도박에서 줄곧 연승을 기록했다. 아베 내각의 첫 여성 국방부장관을 지냈으나 당내 비주류로 작년 도쿄도지사 선거에 후보추천을 해주지 않자 무소속 출마로 압승을 거뒀다. 올 7월 ‘도민 퍼스트회’를 통해 도쿄도 의회선거에도 돌풍을 이어갔다.

 ▷지금까지 국지전이라면 다음달 22일 예정된 총선은 전면전. 북핵 위기를 빌미삼은 아베와 3연임 도박이 먹힐지, 아베 독주를 막을 아이콘으로 부상한 고이케의 신당 승부수가 성공할지가 일본을 넘어 세계의 관심사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고이케의 극우 성향이 몹시 불편하다.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인하고, 1일 간토대지진 조선인희생자추도식에 추모문을 보내는 관례도 외면했다. 국수주의적 성향에선 아베와 도긴개긴, 아니 한술 더 뜬다는 평이다. 누가 이기거나 일본 우경화의 가속은 피할 수 없지 싶다.



고 미 석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