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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의 오만과 편견

Posted September. 12, 2017 07:37   

Updated September. 12, 201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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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위대한 점은 자신만의 직관을 비즈니스 세계에 적용한 용기였다. 일반적으로는 용납되지 않는 직관에 의존하는 천재이니 직원을 다루는 방식도 당연히 민주적 방식과 거리가 멀었다. 소프트웨어기술 최고책임자 애비 테버니언이 골프를 친다는 소리에 잡스는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어딨느냐”고 화를 냈다. 테버니언은 그런 잡스를 ‘다른 사람을 상자 안에 가둬두고 혼자 일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잡스는 독재자 스타일의 경영자였어도 미래를 봤고 그 덕에 존경 받지만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은 우리사회에 그런 걸 제시하지 못했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잡스를 만난 적이 없고, 이 전 의장은 고작 10분 만났다는 김 위원장이 두 창업자를 비교해 공표한 용기가 놀랍다. 김 위원장은 준(準)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네이버의 지배구조가 마뜩치 않겠지만 애플의 지배구조도 논란꺼리였다. 한국에서는 정부가 기업 경영에 간여하는 반면 미국은 주주총회나 연기금이 의견을 낸다는 것이 큰 차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씨가 9일 “한일 최고 인터넷기업을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오만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어제는 페이스북에 다시 올린 글에서는 자신을 혁신기업가로 규정하면서 모험을 걸고 살아가는 기업가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어제 공개석상에서 자신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사과하면서 일단 논란은 가라앉는 분위기다. 하지만 기업가에 대한 김 위원장의 생각, 또는 편견은 밝힐 필요가 있다.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원장과 벤처1세대와의 공방은 창업을 독려해온 정부가 성장 중인 기업에 대해 어떤 규제를 해야 하는지 물음표를 남겼다. 트위터를 세운 잭 도시의 말을 참고할 만하다. “기업은 한번 창업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 고비를 거치면서 재창업의 순간을 맞이한다.” 늘 도전하면서 생멸하는 기업의 원리를 김 위원장이 이해하기 바란다. 불공정거래를 바로 잡는 것이 그의 역할이라고 해도 근거 없는 비판으로 기를 꺾는 것은 월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