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장애인 부모로 산다는 것

Posted September. 11, 2017 07:49   

Updated September. 11, 2017 08:15

中文

 지난봄 경기 안성에 있는 특수학교인 한길학교에서 ‘천사’를 보았다. 지적 수준이 낮은 아이들은 악한 행동을 할 수도, 나쁜 마음을 먹지도 못하기 때문에 순수하다는 의미에서 천사다. 이곳 아이들이 가진 장애는 다양하다. 다운증후군, 자폐증, 일반적인 발달장애 환자 모두 주변의 도움 없이는 생활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더 질 좋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전국에서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은 8만8000명인데 이 가운데 2만5000명만이 특수학교에 다닌다.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아 보지만 부적응으로 쫓겨나는 게 다반사다. 하지만 갈 학교가 없다. 특히 서울이 심각하다. 서울의 특수학교는 29개에 불과하고 8개 자치구에는 학교가 아예 없다. 학생들은 불편한 몸으로 다른 구에 있는 학교로 하루 3, 4시간씩 원거리 통학을 한다. 학부모에게 장애 자녀를 등하교시키는 것은 사투나 다름없다.

 ▷5일 강서구 가양동 공진초 부지에 특수학교를 세우는 문제로 열린 주민 토론회에서 장애아를 둔 엄마 20여 명이 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확산된 이 영상은 장애인 부모의 아픔과 함께 장애인학교 하나를 품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먼저 무릎을 꿇은 장민희 씨를 비롯한 엄마들 대부분이 자녀가 고학년이어서 학교가 생겨도 이곳에 자녀를 보내지 못한다. 다른 장애아라도 혜택을 입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우러난 고결한 행동이었다. 

 ▷장애 자녀를 둔 부모의 양육 경험을 조사한 논문에 따르면 한국에서 장애인 부모로 산다는 것은 천형(天刑)이다. 장애아를 낳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고 양육 스트레스와 돈 문제도 크지만 가장 견디기 힘든 건 주변의 시선이다. “동물원 동물이나 외계인 보듯 해요.” 모든 장애인 부모가 원하는 건 단 한 가지, “자식보다 하루 더 사는 것”이라고 한다. 이들에게 힘이 되어주지는 못할망정 무릎까지 꿇은 장애아 부모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해선 안 된다.



郑成姬 评论员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