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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核 재배치, 한미 간 은밀한 논의 시작해보라

전술核 재배치, 한미 간 은밀한 논의 시작해보라

Posted September. 01, 2017 07:20   

Updated September. 02, 201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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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을 방문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30일(현지시간)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와 핵잠수함 도입 문제를 거론했다고 한다. 송 장관이 미사일 탄두 중량을 늘리기 위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과 미국의 전략자산 배치 등 확장억제 강화 필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우리 야당과 언론에서 전술핵 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미국과의 공식 협의 석상에서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전술핵 재배치는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준수하겠다는 현 정부의 입장과 배치되는 데다 당장 주변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게 뻔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따라서 송 장관의 언급만으로도 북핵·미사일 대응 수단은 결국 ‘핵에는 핵으로’ 맞서는 전술핵 밖에 없다는 정부의 생각을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그 논의는 아주 내밀하게 이뤄져야 하는 사안이다. 국방부 측 설명대로 국내에 그런 얘기가 있다는 차원의 언급을 기자들에게 공개한 것이라면 한미 간 안보협의를 한담(閑談) 자리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날로 고도화되는 북핵·미사일은 미군의 핵우산과 각종 전략자산 투입을 통한 확장억제에만 기댈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최근 북한의 잇단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은 유사시 미군 증원군과 전략자산의 접근 자체를 차단함으로써 한국을 고립무원으로 만든다는 전략 아래 이뤄지고 있다. 어제 한반도로 날아와 우리 공군 F-15K 전투기와 함께 폭격훈련을 한 미 공군 B-1B 전략폭격기나 F-35B 스텔스전투기의 전개도 보장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북한이 끊임없이 레드라인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우리로서는 당장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 등 ‘3축 체계’ 조기 구축에 주력해야겠지만 이것만으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전술핵 재배치는 앞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조용하지만 깊이 있는 한미 간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