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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영공 통과 北미사일에 ‘안보 불안’ 드러낸 3시간

日영공 통과 北미사일에 ‘안보 불안’ 드러낸 3시간

Posted August. 30, 2017 08:31   

Updated August. 30, 201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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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어제 오전 또 다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평양 북쪽 순안 일대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최대 고도 550km까지 치솟아 일본 북쪽 상공을 거쳐 2700km를 비행한 뒤 북태평양 해상에 떨어졌다.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던 로켓이 아닌 무기화된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지난 것은 처음이다. 지난 주말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남한을 겨냥한 저강도 도발이었다면, 이번엔 한국 미국 일본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정면 도전하는 ‘전략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고각(高角) 발사로 미사일 능력을 과시해왔지만 이번에 실전 각도로 일본 영공을 넘어 발사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정상 각도로 발사한 미사일 가운데 가장 멀리 날아갔다. 이번 도발은 ‘괌 포위사격’의 예행연습 성격이 짙다. 김정은은 2주 전 “미국 행태를 좀더 지켜보겠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국제사회의 압박 강도가 높아지자 다시 도발 사이클을 가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앞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물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로 긴장을 끌어올릴 공산이 크다. 6차 핵실험도 언제든 강행할 태세다. 향후 대화 국면에 들어가더라도 일단 ‘레드라인’을 넘어 유리한 입장에 서겠다는 계산일 것이다.

 우리 정부의 초기 대응은 실망스러웠다. 청와대는 당초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다고 알렸지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바꾸고 문 대통령이 중간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그리고 3시간여 뒤 문 대통령은 “강력한 대북 응징 능력을 과시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주말 발사된 단거리 발사체를 300mm 방사포로 추정했다가 이틀 만에 탄도미사일로 번복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논란을 산 게 불과 하루 전 일이다.

 강력 대응 기조가 나오기 전까지 정부 움직임엔 긴박감이 보이지 않았다. 정 실장 주재 NSC는 강력 규탄한다는 의례적 성명을 내는 데 그쳤다. 그 사이 한미 합참의장과 외교장관 간, 청와대와 백악관 안보사령탑 간 전화통화가 이뤄졌다. 양국 정상 간 통화는 없었다. 미국의 심상찮은 기류를 읽은 뒤에야 정부는 강력 대응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후 F-15K 전투기의 폭탄 투하훈련과 신형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공개 등 무력시위에 나섰고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달랐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4분 만에 전국순간경보시스템을 통해 신속하게 알려졌다. 미사일이 통과한 12개 지역에는 피난 안내방송이 실시되고 신칸센 운행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30여 분만에 기자들과 만나 “국민 안전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일본과 100% 함께할 것”이라는 일본 방어공약도 거듭 확인받았다.

 우리 정부는 어제 3시간이나 망설였다. 북핵·미사일은 오직 대화로 풀 수 있다는 편의적 낙관에 근거한 착시현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맞닥뜨린 현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상황 악화만 염려하는 분위기다. 어제 북한 도발 4시간 뒤에도 문 대통령은 “그럴수록 반드시 남북관계의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지금은 작은 국면이고 좀 더 큰 국면, 더 큰 국면, 전략적 국면이 있다”며 기대를 접지 않았다.

 물론 북핵은 궁극적으로 대화로 풀어야 한다. 하지만 단거리미사일 도발엔 전략도발이 아니라며 축소에 급급하고 정작 전략도발엔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선 국민 불신만 키울 뿐이다. 정부가 국민을 안심시키기는커녕 최소한 불안하게 만들지는 않아야 한다. 나아가 그렇게 매달리기만 해선 대화 국면이 전개되더라도 한국이 설 자리는 마땅치 않을 것이다. 결국 북한에 끌려 다니고, 미국에 외면당하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