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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 경기 앞둔 신태용호

31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 경기 앞둔 신태용호

Posted August. 30, 2017 08:31   

Updated August. 30, 201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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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서 대표팀이 제공한 자료를 보면서 내 역할을 고민했다.”

 28일 경기 파주시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도착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말이다. 유럽파인 그는 조기 소집된 K리그와 중국리그 선수들보다 일주일 늦게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신태용호 1기’의 색깔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신태용 감독님은 볼의 속도가 빠른 축구를 원하신다”고 말했다. 소속팀 경기로 인해 대표팀에 늦게 합류한 유럽파들이 귀국길에서부터 ‘자습’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신 감독의 세심한 준비 덕분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조기 소집이 힘든 유럽파 등에게 ‘매뉴얼북’으로 볼 수 있는 전술 자료와 영상 등을 이메일로 전달했다. 매뉴얼북에는 선수가 팀에서 수행할 포지션과 역할, 상대 팀 분석 등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매뉴얼북은 31일 이란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앞둔 대표팀이 ‘완전체’로 훈련할 시간이 3일에 불과하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었다. 이 관계자는 “유럽파에게 체력훈련 자료 등을 전달한 적은 있지만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전술 자료를 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덧붙였다.

 코칭스태프는 ‘심야 공부’를 하며 이것을 만들었다. 매일 오후 10시 30분이 되면 NFC 본관 4층 독서방에 불이 켜진다. 선수들이 잠을 청할 때 전경준, 김남일, 차두리 코치는 영상을 보며 전술 토론을 벌인다. 신 감독도 자신의 방에서 영상 분석을 한다. 상대팀 영상뿐만 아니라 채봉주 비디오 분석관이 촬영한 대표팀 훈련 모습도 들어 있다. 채 분석관은 훈련 시간에 NFC 건물 꼭대기에 올라가 선수들을 촬영한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채 분석관은 코치진이 놓친 선수들의 움직임과 실수를 파악한다. 대표팀의 ‘매의 눈’이다”고 말했다. 코치진은 다음 날 자신들이 만든 전술 자료를 신 감독에게 전달한다. 대표팀 관계자는 “독서방의 불은 오전 2시 30분까지도 꺼지지 않는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은 홀로 전술을 고민했지만 현 대표팀은 코칭스태프 간의 철저한 분업과 격렬한 토론을 통해 이란을 격파할 수 있는 전술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팀에서 가장 수다스러운 사람들이 코칭스태프다”고 말했다.

 훈련장에서도 디테일을 강조하는 신 감독의 노력이 보인다. NFC 훈련장 그라운드에는 4.5m 간격으로 12개의 흰색 선이 그어져 있다. 미식축구 경기장과 비슷한 모습이다. 신 감독은 “최종예선 1∼8차전을 분석한 결과 수비와 미드필더 등의 라인 간격이 너무 넓은 탓에 실점(10실점)을 많이 했다는 것을 파악했다”면서 “간격 유지 훈련을 위해 그라운드에 선을 그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훈련할 때 선수들의 압박 지점과 상대 공격수의 동작에 따른 수비 자세 등을 꼼꼼히 지시하고 있다.

 훈련 중 발생할 수 있는 부상을 예방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선수들은 훈련에 앞서 15분간 고무 밴드를 양쪽 다리에 걸고 걷기 등 11가지 동작을 한다. 이는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3년간 대표 선수들의 부상 기록을 분석해 만든 것으로, 상대와의 충돌이 아닌 상황에서 선수 스스로 근육 부상을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부상 방지 프로그램이 국가대표팀에 도입된 것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이란전을 앞둔 대표팀은 29일 결전지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을 진행하며 실전 감각을 조율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