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유사시 한국 방어를 책임지는 미국 태평양사령관과 전략사령관, 미사일방어청장 등 핵심 수뇌부와 한미연합사령관은 어제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북의 도발행동은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도 매우 위험하다”며 “미국의 모든 전략자산과 군사적 능력을 동원해 한반도를 방어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군복을 입은 채 “김정은은 옳은 선택을 하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도 찾아 북의 도발에 대한 철통방어 의지를 다지는 한편 사드 추가배치의 조속한 마무리에 대한 기대감도 표출했다.
태평양사령관은 미국의 9개 통합전투사령부 가운데 관할구역이 가장 넓어 지구 절반에 해당하는 지역을 총괄하는 사령관으로 한반도 전쟁 시 미군 지원 병력 대부분을 관할한다. 핵전력을 지휘하는 전략사령관은 미군 전략무기를 한반도로 전개하는 결정권을 갖고 있으며 미사일방어청장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패트리엇 등 미사일 방어전력 증원을 관장한다.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 방한 1주일 만에 3명의 미군 수뇌부가 동시에 방한해 기자회견까지 한 것은 북에 대한 엄중 경고이자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신뢰의 표시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방한 중인 미국 상하원 의원들에게 “아주 제한적 범위의 군사적 옵션 실행도 남북 군사충돌로 이어져 한국인뿐 아니라 한국 내 외국인과 주한미군 생명까지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반전평화’를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내 기류는 심상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아프간 전쟁에 대한 미군의 적극적인 군사개입 의지를 표명했다. 이는 트럼프가 고립주의 외교정책에서 적극적인 개입주의로 선회하겠다는 선언이란 점에서 남의 나라 일로만 볼 수 없다. 백악관도 비서실장을 비롯해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방장관, 중앙정보국(CIA)국장까지 모두 군 출신으로 재편됐다.
재래식 전쟁 시나리오만 진행되던 한미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은 올해 처음 핵전쟁을 포함해 화학무기전, 사이버전, 김정은 제거작전까지 추가됐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가 이번 훈련을 통해 ‘군사적 선택방안’이 진짜 존재한다는 인상을 남기려 한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즈(NYT)도 20일 “백악관에서 대북 예방전쟁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고 했다. 예방전쟁은 선제공격으로 전면전을 막는 개념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어제 UFG 훈련에 대해 “보복과 징벌” 운운하며 괌 포위 사격 영상을 공개했다. 한반도 위기를 불러온 것은 전적으로 북한 김정은이다. 개입주의 전환한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타깃은 김정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평화는 반드시 지켜야 하지만 힘이 없는 평화는 사상누각(沙上樓閣)이다. 우리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비상한 각오를 다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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