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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 우주...이젠 미래를 입는다

Posted August. 17, 2017 07:36   

Updated August. 17, 2017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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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에 대한 고민이 참 깊고 큰가 보다.

 럭셔리 브랜드와 패션 디자이너들이 우주를 향해 눈을 돌렸다. 1960년대 우주 개발 시대와 함께 성행했던 ‘복고 미래주의(Retro Futurism·레트로 퓨처리즘)’ 패션이 2017년에 펼쳐지고 있는 것. 우주복을 연상케 하는 은색 옷과 구두, 미러 선글라스 등이 대세다.

 올해 3월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샤넬 2017 가을·겨울 패션쇼장’에 초대받아 들어섰을 때부터 그런 분위기는 감지됐다.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카를 라거펠트는 쇼 장소 한가운데에 37m 높이의 거대한 로켓을 설치하고, 모델들에게는 우주비행사가 프린트된 시폰 블라우스를 입혔다. 라거펠트는 말했다. “우주비행사를 따라 별자리 속으로 우주여행을 떠나는 겁니다.” 모델들이 크리스털 별자리가 반짝이는 은색 부츠를 신고 피날레 워킹을 마치자, 로켓이 그랑팔레 천장으로 솟아올랐다. ‘샤넬표 우주여행’이었다.

 이달 초엔 영국 런던 본드 스트리트의 ‘몽클레르’ 매장 디스플레이에 우주선과 우주비행사가 대거 등장했다. 요즘 ‘핫한’ 영국 남성복 디자이너 크레이그 그린과 협업한 ‘몽클레르 C’ 옷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깃털이 들어가 볼륨감 있는 패딩은 본래 형태가 우주복과 흡사하지 않던가. 보온효과와 첨단 미래 이미지를 동시에 강조한, 럭셔리 패딩 브랜드 몽클레르의 똑똑한 ‘신의 한 수(手)’였다. 인간과 외계인이 몽클레르 재킷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설정의 3분짜리 단편영화도 만들었다.

 가와쿠보 레이가 이끄는 ‘콤 데 가르송’의 이번 시즌 옷은 ‘움직이는 조각’ 같았다. 고성능 충전재, 은색 필름지로 만든 옷들이 ‘실루엣의 미래’라는 주제로 무대 위에 올랐다. 외계인처럼 안테나가 달린 미러 선글라스를 낀 모델(루이까또즈 광고), ‘스타트렉’의 외계인, 로봇, 지구 생명체 모델(구치 광고)…. 온통 우주다.

 왜 우주일까. 간호섭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는 “과거엔 도달할 수 없던 꿈인 우주가 기술의 발달로 ‘가능한 현실’이 됐다”며 “우주는 ‘제2의 기회의 땅’이 됐다”고 말했다. 각박한 세태에서 이유를 찾는 분석도 있다. 새 옷을 살 형편이 안 되는 젊은이들이 미국 뉴욕 소호의 헌 옷 가게를 드나들면서 하나의 유행을 이뤄냈다는 것. 어깨 큰 재킷 등 우주복 실루엣과 길거리 패션 감성이 럭셔리 업계에 거꾸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우주를 향한 갈망은 패션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주 영화들이 꾸준히 개봉돼 온 가운데,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은 최근 ‘우주와 예술’이라는 빅 히트 전시를 마쳤다. 넉 달 전 미국 캘리포니아에 들어선 애플사(社)의 신사옥도 우주선 모양이다.

 안보와 환경이 염려되는 요즘, ‘미래의 럭셔리는 값비싼 가방이 아니라 청정한 공기’라는 말도 나온다. 불확실하면서도 절박한 미래. 그래서 다들 ‘기승전, 우주’라고 하는 걸까.



김선미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