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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관계 시험대 올린 북핵 위기... 신뢰 없이 동맹 없다

한미관계 시험대 올린 북핵 위기... 신뢰 없이 동맹 없다

Posted August. 15, 2017 09:40   

Updated August. 15, 201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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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를 예방한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과 만나 “---”라고 말했다. 이에 던퍼드 의장은 “(대북) 군사적 옵션을 준비하고 있지만 외교·경제적 압박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한민국의 국익은 평화다.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안 된다”며 “어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북핵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북핵·미사일 사태에 대해 공개 발언한 것은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이후 일주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미국이 강조하는 ‘제재’나 ‘압박’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평화’를 7차례나 거론했고, ‘반드시’라는 표현도 3차례나 썼다. 평화적 해결이 “어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고통스럽고 더디더라도”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결단코 무력 사용은 없어야 한다는 작심 발언이다.

 문 대통령의 주문은 그동안 계속돼온 ‘말의 전쟁’이 차츰 잦아들면서 미국에서도 협상론이 재부상하는 시점에 나왔다. 던퍼드 의장이 군사적 옵션은 ‘최대의 압박’ 실패 이후, 즉 북한의 도발에 맞선 군사적 보복에 있음을 설명하고,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군사 대비태세의) 목적은 평화유지와 전쟁방지”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강조한 평화적 해결이 과연 막무가내 북한 김정은의 마이웨이 기세를 꺾을 수 있느냐는 데 대해선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의 평화적 해결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말폭탄을 쏟아내며 밀어붙이는 ‘최대의 압박’ 기조와는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한미간 역할 분담에 따른 조율된 메시지라면 다행이지만, 미국에 대한 불만 표시로 비친다면 자칫 북한의 오판을 부추기고 미국의 오해를 부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핵·미사일 위기는 한미동맹도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평화를 지키기 위한 동맹”이라며 미국에도 ‘냉정하고 책임 있는 대응’을 주문했다. 하지만 앞으로 한미 간에는 위기가 최고조에 달해 군사적 대응조치의 버튼을 누르느냐 마느냐는 결정적 순간에 과연 미국이 과연 한국의 동의를 구하겠느냐는 의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런 선택의 순간, 한국이 소외된다면 한미동맹은 존재 의미를 잃고 만다.

 북한의 잇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은 한미동맹을 시험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미국 영토가 핵공격 위협에 노출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 방위공약 준수에 책임을 다할 수 있을까. 이른바 동맹의 ‘디커플링(이탈)’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북-미간 극적인 타협을 통한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 때도 마찬가지다. 북-미 타협에서 주한미군 철수 같은 동맹의 핵심 사안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수도 있다.

 이런 위기 속에 8·15 광복 72주년을 맞는 한국은 새삼 한미동맹의 가치를 되새겨야 한다. 일제의 폭압으로부터 해방시킨 미국이 ‘애치슨 라인’으로 극동방위선에서 한국을 제외함으로써 6·25전쟁을 가져왔던 역사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의 가장 중요한 기초는 신뢰에 있다. 지도자 간의 신뢰, 정부-군사당국 간 신뢰 없이 동맹은 한낱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