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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유입된 사치품 싱가포르 업체가 中거쳐 화물세탁

北유입된 사치품 싱가포르 업체가 中거쳐 화물세탁

Posted July. 19, 2017 07:24   

Updated July. 19, 201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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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의 무역회사 A사는 평양 고급 상점에서 판매할 대북 금수 사치품을 중국 등을 우회하면서 여러 차례의 ‘화물 세탁’을 거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제품은 제조업체도 모른 채 북한으로 수출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제재로 전략 물자나 사치품 등의 대북 수출을 결의안을 통해 금지해도 많은 허점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의 북한 뉴스 전문 사이트인 ‘NK 뉴스’의 프리미엄 서비스인 ‘NK 프로’가 17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A사는 일본이 2012년 자국 제품의 대북 수출을 전면 중단하자 일본산 ‘포카 커피’를 싱가포르로 수입해 이를 다시 중국으로 먼저 수출한 뒤 북한으로 반입시켰다. 중국 내 기항지에서 송장을 바꿔치기한 뒤 중국과 북한 간 무역으로 위장하는 전형적인 ‘화물 세탁’ 방법을 쓴 것이다.

 A사의 안보리 결의안 위반 행위가 NK 리포트 추적 과정에서 드러나자 싱가포르 외교부 대변인은 NK 프로 측에 “싱가포르에서 발생한 어떤 개인이나 기관의 비위 행위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1년여의 탐사 취재를 통해 A사의 금수 사치품 북한 수출을 보도한 ‘NK 프로’의 저스틴 롤리히 기자는 1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A사가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탈북한 북한 관리의 증언과 싱가포르기업청(ACRA)의 서류 분석 등으로 충분히 확인됐다”고 말했다. 롤리히 기자는 “A사는 싱가포르 북한대사관과 약 400m의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해 관련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A사가 북한에 반입한 사치품을 제조한 글로벌 회사들의 불만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가 금지한 사치품을 반입한 뒤 물건을 판매하는 평양 내 두 개의 호화 상점 중 한 곳인 ‘보통강 류경상점’에서는 개당 약 474만 원짜리 프랑스산 몽블랑 시계가 팔리고 있다. 하지만 몽블랑의 싱가포르 법인 ‘리치먼트 럭셔리’ 측은 A사에 이 같은 제품을 공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구자룡 bonhong@donga.com · 한기재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