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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강, LPGA 위민스 PGA 챔피언십서 우승

대니얼 강, LPGA 위민스 PGA 챔피언십서 우승

Posted July. 04, 2017 07:36   

Updated July. 04, 2017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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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 짓는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뒤 하늘을 바라보며 불끈 쥔 그의 오른쪽 손에는 한글로 ‘아빠’라는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오른손 검지에는 ‘네가 꿈꾸는 사람이 돼라’고 강조한 아버지의 말을 잊지 않기 위해 ‘just be’라는 문구의 문신을 새겼다. 눈가가 촉촉해진 그는 “아버지가 내게 힘을 줬기 때문에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한 가지 소원을 빌 수 있다면 ‘아버지가 우승 장면을 보게 해주세요’라고 말할 것 같다”고 말했다.

 3일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 인근 올림피아필즈골프장(파71)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재미교포 대니얼 강(25·미국)은 우승을 2013년에 암으로 작고한 아버지 강계성 씨에게 바쳤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의 권유로 12세에 골프에 입문했다.

 대니얼 강은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로 지난해 챔피언 브룩 헨더슨(12언더파·캐나다)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2012년 LPGA투어에 데뷔한 그는 138번째 도전에서 첫 우승을 메이저 타이틀로 장식했다. 아마추어 시절까지 합치면 144번째 출전한 L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이다. 우승 상금은 52만5000달러(약 6억 원).

 최종 4라운드 10번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주춤했던 그는 11∼14번홀 4연속 버디를 낚아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18번홀(파5)을 남기고 헨더슨과 공동 선두였던 그는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기록해 승리를 결정지었다. 헨더슨은 18번홀에서 약 8m짜리 이글 퍼트가 홀컵 앞에서 멈춰 버디에 그친 것이 아쉬웠다. 대니얼 강은 “마지막 홀에서 투온을 시켰을 때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10대 때인 2010, 2011년에 연속으로 US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낸 그이지만 프로 데뷔 후에는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아마추어 시절 자신의 캐디를 맡았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고, 지난해에는 손목이 골절되는 부상도 겪었다. 그는 이번 대회에 손목에 붕대를 감고 출전했다. 미국 골프채널에 따르면 대니얼 강은 2015년 ANA 인스피레이션 대회 당시 식사를 하다가 식당에 있던 몇몇 남성에게 살해 협박을 받기도 했다.

 거듭된 시련 속에서도 대니얼 강은 가슴속에 묻어둔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지금은 아버지와 떨어져 있지만 아버지의 사랑을 매일 느끼고 있다’는 글을 남겼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대니얼 강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다. “이번 주에는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면서 ‘나는 할 수 있다’고 한글로 적었어요. 생전에 아버지는 내게 ‘나를 믿어’라고 자주 말씀하셨어요. 오늘 아침에는 반대로 내가 아버지에게 ‘나를 믿어요. 내가 해낼 게요’라고 속삭였어요.” 

 마지막 라운드 한때 공동 선두였던 최운정(27·볼빅)은 타수를 줄이지 못해 자신의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인 공동 3위로 마친 데 만족해야 했다. 이날 환갑을 바라보는 아버지 최지연 씨(58)가 캐디로 나선 최운정은 경기를 마친 뒤 동반 플레이를 펼친 대니얼 강에게 “축하해”라고 말하며 포옹을 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