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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비어 결국 사망... 미‘국가적 분노’에 동참할 때다

웜비어 결국 사망... 미‘국가적 분노’에 동참할 때다

Posted June. 21, 2017 08:32   

Updated June. 21, 201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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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풀려난 미국 대학생 오토 윔비어가 송환 6일 만인 19일 결국 사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 성명까지 내고 “무고한 사람들을 상대로 저질러진 이런 비극을 예방하려는 우리 정부의 결심을 더욱 굳게 한다”고 했다. 미국민들은 웜비어가 북한의 고문 등 잔혹행위로 사망했다고 믿고 있다. 멀쩡한 청년이 식물인간이 되어 돌아온 것도 모자라 죽음에까지 이르렀으니 미국민들의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분노가 어떨지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이번 일은 북한 정권이 자주 사용하는 ‘인질 외교’의 연장선상이다. 말이 외교지, 무고한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목적을 달성하려는 가장 반문명적 반인권적 만행이다. 도대체 웜비어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규명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웜비어 유족에게 조전(弔電)을 보낸 것은 당연하고도 시의적절한 조치다. 정작 우리는 현재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 6명이 어떤 상태인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국제인권문제 전문가로 평가받는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북 인권문제개선을 위한 국제공조에 나서야 한다.

 이번 일은 미국이 트럼프 정부 들어 감지됐던 북한과의 대화 움직임을 일거에 중단시켰다. 외교적 수단을 통한 대북정책을 표방했던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북한 응징론을 업고 군사적 강경책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이 어제 죽음의 백조라고 불리는 B-1B 초음속 전폭기 2대를 한반도에 출격시키면서 전략자산 전개 시 비공개 관례를 깬 것도 북에 대한 엄중경고이자 위력시위다. 이런 상황에서 문대통령이 남북 대화와 화해에 무게를 싣는 마이웨이를 고집한다면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서 의견충돌을 빚을 수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어제도 “(웜비어 사망이) 대북기조에 영향을 준다, 아니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새 정부가 남북화해에 집착하다 우리 안보의 보루인 한미동맹의 위태롭게 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청와대는 연일 국익에 도움 안 되는 ‘가벼운 입’을 놀리는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를 교체할 생각도 없는 듯하다. 집권여당 대표라는 사람은 한마디 대북규탄은 없이 “호들갑 떨지 말라”고 문 특보를 거들고 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안보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지 못하는 터에 과거 외교안보수석 역할을 해온 안보실 2차장 자리에 또 다시 4강외교 경험이 없는 북핵 비전문가가 내정됐다. 임박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코드를 맞춰도 시원찮을 판에 파열음을 내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비현실적인 환상을 갖고 있는 아마추어 외교안보라인으로 ‘주도적 북핵 외교’는 요원하다.



허문명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