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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워터스, 트럼프 맹폭하다

Posted June. 07, 2017 07:14   

Updated June. 07, 201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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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과 오른쪽 스피커 사이에 음악가들은 자신이 보는 세상을 쓸어 담는다.

 그룹 핑크 플로이드 출신의 로저 워터스(74)는 스피커를 넓게 쓰는 음악가다. 플로이드의 ‘The Wall’부터 근작까지 그의 작품에서는 다양한 인물과 사물이 스피커 사이를 움직이며 분주하게 자기 소리를 낸다.

 생활 소음을 음악과 절묘하게 섞어낸다는 점에서 사카모토 류이치와도 닮았다. 사카모토만큼 세상 걱정을 많이 하는 음악가가 바로 워터스다. 미친 로커의 발광과 전투기의 폭격, 아가의 울음소리를 콜라주한 저 유명한 ‘In the Flesh?’(1979년·앨범 ‘The Wall’ 수록)를 보라.

 워터스가 무려 12년 만에 새 앨범을 냈다. 바로 전 작품이 오페라(2005년 ‘¤a Ira’)였음을 감안하면 팝·록 사운드의 신작으론 무려 25년 만이다.

 사반세기면 세상이 개벽할 시간이다. 근데 워터스도, 세계도 많이 바뀌진 않은 것 같다. 전작 ‘Amused to Death’(1992년)가 TV와 대중문화의 위선을 꼬집었다면 신작 ‘Is This the Life We Really Want?’는 도널드 트럼프와 반(反)이민정책을 맹폭한다. 신작 가사에는 어느 때보다 더 많은 ‘f***’ 욕설이 등장한다. 트럼프의 실명을 거론하며 얼간이라 칭한다. 10월까지 이어질 북미 순회공연에서 워터스는 객석 공중에 트럼프가 그려진 돼지 모양 풍선을 띄울 작정이다.

 신작의 프로듀서와 믹싱 엔지니어는 나이절 고드리치다. 그는 라디오헤드의 ‘OK Computer’에서처럼 음향이란 접착제를 이용해 세계와 음악을 붙이는 솜씨를 또 한 번 보여준다.

 고드리치와 별개로 워터스는 최근 라디오헤드와 한바탕했다. 라디오헤드의 다음 달 이스라엘 콘서트를 반대하는 탄원서에 켄 로치 감독,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와 함께 서명한 것이다. 며칠 전, 라디오헤드의 리더 톰 요크는 롤링스톤지와의 인터뷰에서 워터스 등을 비난했다. 워터스 역시 5일 공개서한을 통해 요크가 자신의 대화 노력을 무시했다고 맞섰다. 그는 이날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한 지 50년 되는 날이라고 덧붙였다.

  ‘아이폰을 후려쳐 정리해고된 연인들의 번호를 지우고’(‘The Last Refugee’) ‘방아쇠에 손을 올린 자녀의 사진을, 아프가니스탄의 의족 사진을 찍’(‘Picture That’)어대는 지금의 세상은 25년 동안 전진한 걸까, 표류한 걸까.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