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5세 이상 인구의 치매 유병률이 사상 처음으로 1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할 수 있는 치매 진단 예측 기술이 국내 처음으로 개발됐다.
조선대 치매예측기술국책연구단은 4일 “한국인의 유전자와 뇌 구조의 특성을 반영한 유전자 검사와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으로 만든 뇌 지도를 통해 치매 발병 가능성을 조기에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단은 2014년 7월부터 3년의 연구 끝에 치매 예측 진단 기술의 핵심 중 하나인 ‘한국인 표준 뇌 지도’ 작성에 성공했다. 뇌 지도는 65세 이상 남녀 1000여 명의 뇌 MRI를 토대로 연령별 각 뇌 부분의 변형 정도를 정밀 측정해 만들었다.
또 진단 대상자의 뇌 영상과 해당 연령대의 한국인 표준 뇌 지도를 비교해 특정 부위의 축소 또는 확대가 기준치를 벗어나면 치매 발병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영상 분석 원천 기술을 개발해 냈다.
나이가 들면서 해마(기억과 인식 등을 담당하는 부분)나 전두엽(기억 및 외부 정보를 처리하는 부분) 등 뇌의 각 부분은 부피가 줄거나 늘어나는 등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을 겪는다. 연구단은 치매 환자의 경우 정상인에 비해 이런 변화 폭이 심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단은 또 의료진의 주관적 판단이 아니라 대상자의 뇌 영상 자료가 입력되면 연령대 표본 뇌 지도와 객관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며 이런 프로그램이 일선 의료진에까지 보급되면 어디서나 이런 진단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단은 또 국제적으로 치매를 유발한다고 알려진 APOE4 유전자가 한국인에게는 5배 이상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유전자는 한국인 중 약 10%가 갖고 있다.
연구단은 이처럼 유전자 검사를 통해 APOE4 유전자를 가진 치매 발병 위험군을 구분해 내고 이후 혈액 검사와 뇌 MRI를 통한 단계적 검사를 진행하면 지금보다 최소 30% 이상 치매 환자를 줄이고 사회적 비용도 연간 10조 원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구단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곧 미래창조과학부에 공식 보고할 예정이다. 국책연구단 이건호 단장(조선대 의생명과학과 교수)은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호남 지역 특성과 꾸준히 진행된 기존 연구가 있어 빠른 시간 내에 치매 예측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며 “건강보험 적용이나 치료제 개발 등 다방면의 후속 과제를 함께 잘 풀어 나가야 치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영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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