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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이닝 무실점 S... “이래도 불펜?”

Posted May. 27, 2017 07:08   

Updated May. 27, 2017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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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닝 교체 도중 외야 불펜 문이 열리고 안에 있던 류현진(30·LA 다저스)이 달려 나왔다. 2013시즌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64경기 동안 류현진이 경험해 보지 못한 순간이었다.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와의 경기에서 류현진이 빅리그 데뷔 후 최초로 선발이 아닌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선발 마에다 겐타(29)에 이어 6회초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4이닝 동안 2피안타 2탈삼진으로 무실점하며 팀의 7-3 승리를 지켜냈다. 첫 구원 등판에서 메이저리그 첫 세이브도 기록했다.

 KBO리그 기록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2011년 10월 6일 롯데와의 경기 이후 2059일 만의 구원 등판이다. 세이브는 무려 2006년 10월 2일 두산과의 경기 이후 무려 3889일 만이다. 2006년 데뷔 시즌부터 줄곧 선발 등판해온 류현진은 KBO리그 통산 190경기 동안 9차례만 구원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류현진이 이처럼 구원투수로 보직을 전환하게 된 건 현재 팀의 사정 때문이다.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를 비롯해 브랜던 매카시, 앨릭스 우드 등 선발 자원만 7명이나 되다 보니 모두를 선발로 올릴 순 없는 상황이다. 류현진 또한 19일 마이애미와의 경기에서 시즌 2승째를 챙겼지만 아직까진 경기력이 안정되지 않은 모습이다. 선발요원 7명 중 왼손투수가 5명이라는 점도 류현진에겐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4, 5일 주기로 등판 스케줄을 예측할 수 있는 선발투수와 달리 구원투수는 경기 상황에 따라 그날 등판 여부가 결정된다. 불펜에서 몸을 풀다가도 경기 상황이 뒤바뀌면 다시 기다려야 하는 일도 허다하다. 이에 구단 측은 등판 직전 공을 던지는 여느 구원투수들과 달리 류현진에게는 일찌감치 4회부터 몸을 풀도록 했다. 최대한 선발 등판과 비슷하게 몸을 풀 수 있게끔 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어깨 수술 뒤 정상 궤도로 복귀 중인 류현진에겐 분명 부담스러운 자리다.

 류현진은 “새롭게 경기 중간에 나가봤고 기분 좋게 세이브까지 기록해서 전체적으로 괜찮았다”면서도 “워밍업부터 모든 상황이 다 바뀌었다. 지금은 (구원투수로) 내려왔지만 나중에는 다시 선발로 기회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강홍구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