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대화론자들로 채운 국가안보실 인사

Posted May. 25, 2017 07:17   

Updated May. 25, 2017 07:35

中文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국가안보실 1차장에 이상철 성신여대 안보학과 교수, 2차장에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을 임명했다. 이 차장은 군 내에서 20여년간 북한 문제를 다룬 남북대화 전문가다. 문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설계한 김 차장은 국정기획자문위 외교안보분과위원장을 맡다가 자리를 바꿨다. 안보실 1, 2차장은 정의용 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장관 투톱의 안보 전문성과 미중일러 주변 4강과의 양자외교 경험 부족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인사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1, 2차장마저 북한과의 대화를 앞세우는 연성(軟性) 진용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을 겸할 이 차장은 남북회담과 평화시 군비통제 업무 전문가여서 안보전략을 짜고 국방개혁을 이끌 능력을 갖췄는지 의문이다. 자리가 없어진 외교안보수석비서관 업무를 담당할 김 차장은 핵 폐기가 아닌 핵 동결을 북한과의 대화의 조건으로 주장해왔다. 대화 및 교류 재개를 통해 평화공존은 궁극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은 문대통령 취임 후에만 두 번이나 미사일을 발사할 정도로 핵·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 우리가 먼저 그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는 어제 청문회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지 않는 한 대화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인식대로 문재인 정부 내에서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한 목소리가 나올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연일 인터뷰에서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10·4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과 합의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논란을 빚은 서해평화협력지대를 다시 끄집어내는가 하면 북핵 폐기가 아닌 동결만으로 한미훈련 잠정중단이 검토가능하다는 말까지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미국 중국 일본에 파견됐던 특사단과 간담회를 갖고 활동보고를 받았다. 동력 잃은 외교공백을 메우기 위해 발 빠르게 특사단을 파견해 4강 외교에 주력한 것은 적절했다. 문 대통령은 자칫 국제공조에 균열을 불러올 인사나 정책을 자제하고, 중·장기적으로 북핵을 폐기시켜 평화를 정착시킬 방안을 고민하길 바란다. 북한의 크고 작은 도발마다 앞장서 제재를 외쳐오다 정권이 바뀌자 침묵하는 우리 유엔대표부를 국제사회가 어떤 눈으로 바라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