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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의 두 얼굴

Posted May. 24, 2017 07:04   

Updated May. 24, 201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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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회계감사와 공직자 직무감찰을 주로 하던 감사원에서 ‘정책감사(policy audit)’라는 개념을 도입한 사람은 전윤철 감사원장이었다.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11월 취임한 그는 “주요 정부 정책과 사업에 대한 진단평가 시스템을 구축해 정책감사에 힘쓰겠다”고 첫 일성을 터뜨렸다.

 ▷전윤철은 김대중(DJ) 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지낸 경륜으로 신용카드대란 특감, 금융감독 체계 개편, 방만한 국유재산 관리 실태 등 과거 감사원 손길이 미치지 않은 굵직한 경제정책 관련 감사를 벌여 관가를 긴장시켰다. 후배 공직자를 징계하는 일도 잦아지면서 “사방에 적을 만드는 것 같아 힘들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은 장관들은 인근 삼청동 감사원장 집무실로 바로 찾아와 인사하고 가기도 했다.

 ▷이회창 감사원장은 1993년 군 전력증강사업인 율곡사업 비리 감사 때 성역이던 청와대와 군,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까지 감사하면서 ‘대쪽’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DJ정부 시절 한승헌 원장은 선비 같은 꼿꼿함으로, 이명박(MB) 정부의 김황식 원장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존경 받았다. MB정부 후반 임명돼 박근혜 정부 초기에 사퇴한 양건 원장은 정권 교체 전후 4대강 감사를 2차례 벌이면서 다른 감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지는 권력과 뜨는 권력의 눈치를 다 살펴야했기 때문이다.

 ▷정책감사의 취지는 좋지만 권부(權府)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정치보복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이 힘 있을 때는 ‘대통령 공약 이행실태 감사’를 벌여 부처를 다그치고, 정권이 바뀌면 과거 정부 흠을 들춰내는 식이다. 대통령 직속기구라는 한계와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공약에서 감사원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회계감사기능은 국회로 이관한다고 약속했을 것이다. MB정부 대통령기록물도 봉인된 마당에 4대강 4차 감사에 나서야 하는 감사원이 안쓰럽다. 그나저나 문 대통령으로부터 ‘감사 지시’를 받은 황찬현 감사원장은 연말까지 임기를 채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