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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재판부, 역사에 기록 남긴다는 자세로 심리 임해야

박근혜 재판부, 역사에 기록 남긴다는 자세로 심리 임해야

Posted May. 24, 2017 07:04   

Updated May. 24, 201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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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출석한 가운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재판이 어제 시작됐다. 전직 대통령이 또 다시 법정에 서게 된 것은 본인에게도 국민에게도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씨와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아 공개재판을 받는 장면은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민주주의 원칙을 새삼 확인시켜 준 것이기도 하다.

 박 전 대통령 재판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나라를 국정파탄으로 몰고 간 데 대해 책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논평을 냈고 자유한국당은 “공정한 재판을 기대한다”고 했다. 둘 다 합당한 지적이다. 박 전 대통령이 몰고 온 국정파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지워야 한다. 그러나 어떤 점에서, 어느 정도로 국정파탄을 몰고 왔는지는 증거와 법리에 입각해 엄밀히 따져 책임을 지워야 공정하다고 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첫날 공판에서 검찰이 기소한 뇌물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 등 18가지 혐의에 대해 “변호인의 입장과 같다”며 자기 입으로 처음 혐의 전체를 부인했다. 전직 대통령이라면 일반 피고인처럼 일단 혐의를 부인하고 보자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인정할 혐의는 인정했으면 한다. 다만 뇌물죄 등 몇몇 혐의는 법조계에서도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검찰과 피고인들이 치열한 공방을 벌일 수 있는 여건이 보장돼야 한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은 앞으로 1주일에 2, 3회 열릴 예정이다. 재판부가 공모관계에 있는 두 사람의 뇌물사건을 병합해 심리하기로 한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병합심리를 하면 재판이 어느 정도 진행된 최 씨에 대한 증거가 박 전 대통령에게 그대로 적용되는데 대한 변호인의 반발이 있었으나 재판부는 “예단 없이 공정하게 재판하겠다”고 약속했다. 재판부는 그 약속대로 예단 없이 사실을 확정하고 법리를 적용해야 한다. 단순한 사법적 책임감을 넘어 후대가 교훈으로 삼을 흠결 없는 기록을 남긴다는 역사적 책임감이 재판부에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