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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잇단 ‘주체탄’ 도발… 남북정상회담, 5•24완화 거론할 때인가

북잇단 ‘주체탄’ 도발… 남북정상회담, 5•24완화 거론할 때인가

Posted May. 23, 2017 06:16   

Updated May. 23, 2017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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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부가 어제 “민간 교류 등 남북관계 주요사안들에 대해 유연하게 검토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혀 민간단체들의 인도적 지원을 위한 대북 접촉 승인을 시사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라고 밝혔지만 2010년 천안함 폭침으로 인적·물적 교류를 금지한 5·24 조치를 사실상 해제한다는 의미다. 북한의 신형 미사일 도발 하루도 지나지 않아, 그것도 국제사회가 대북 압박의 고삐를 더욱 죄려는 시점에 문재인 정부가 대북 유화책을 공식화한 것이다.

 어제 북한은 21일 발사한 탄도미사일 ‘북극성-2형’의 성공을 과시하며 미국을 겨냥한 이른바 ‘주체탄’이 더 많이 날아오를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극성-2형은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전략이 출발하는 주일미군기지와 괌 기지까지 위협하는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이다.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이 시간문제가 됐다고 보고 추가적 제재와 압박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긴급회의를 열어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방안을 논의한다.

 새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한다고 해도 이런 국제사회 분위기와 거꾸로 가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어제 국회를 찾아가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대화의 측면을 빠른 시일 내에 복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도 언론인터뷰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문재인 대통령이 북의 지도자와 3차 정상회담을 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했고, 앞서 한 기고문에선 “민간단체의 물밑 교류를 통해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고 조기에 당국 간 회담이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는 전제조건도, 미국의 동의도 불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지난 몇 개월 동안 국제사회는 미국을 중심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강력 대응해 왔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대북 제재에 공조하는 전례 없는 기회까지 마련됐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대화 우선’을 외치며 기존 제재마저 해제해 주겠다는 엇박자 신호를 발신한다면 어느덧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믿는 구석’으로 전락하고, 모험주의적 도발은 더욱 대담해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새 외교안보팀에 북핵과 안보를 책임질 강단 있는 인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오는 판이다. 국제사회의 신뢰를 상실해 한반도 논의에서 배제되는 ‘제2의 코리아 패싱(한국 왕따)’까지 자초하는 우(愚)까지 낳아선 결코 안 된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