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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후보자의 이중국적 자녀

Posted May. 22, 2017 07:22   

Updated May. 22, 201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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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 이중국적 문제로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던 사례로 남주홍 경기대 교수가 떠오른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초대 통일부 장관이 될 뻔했던 남 교수는 부인과 아들이 미국 영주권을, 딸은 시민권을 갖고 있었다. 물론 부인의 부동산 투기 등도 낙마의 빌미가 됐다. ‘미스터 칩(Mr. Chip)’으로 불린 진대제 씨는 본인이 미 영주권자이고 이중국적자였던 아들은 병역을 면제받은 뒤 한국 국적을 버렸는데도 2003년 노무현 정부 초대 정보통신부 장관이 됐다. 장관 인사청문회가 2005년부터 실시된 덕분인지 모르겠다.

 ▷이중국적 하면 원정출산과 병역기피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원정출산 가는 나라는 단연 미국이 꼽힌다. 괌 사이판 하와이 로스앤젤레스(LA) 등이 선호되는 지역이다. 미국에 원정출산을 가는 것도 모자라 좋은 사주(四柱)를 받아 놓고 그 시간에 맞춰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다는 한 임산부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속지주의에 따라 세계 최강국 미국 국적을 받고 장래를 보장받도록 우주의 기운까지 불어넣어 주려는 부모 마음을 이해할 듯하면서도 입맛이 썼다.

 ▷청와대가 어제 지명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큰딸이 한국 국적을 버린 미 시민권자이고 국내에 있을 땐 위장전입까지 했다고 미리 밝혔다. 인사청문회를 대비해 ‘예방주사’를 놓은 것이다. 큰딸은 한국 국적을 다시 취득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이중국적 자녀를 뒀다는 이유로 공관장이 될 수 없었던 외교부 고참 공무원들이 이렇게 달라진 세상을 흔쾌하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2015년 상반기에 4급 이상 고위공직자 26명의 아들 30명이 외국 국적을 따거나 이중국적이다가 한국 국적을 버리는 방법으로 병역의무를 기피했다. 21세기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대한민국이 생존하려면 이중국적 자녀를 둔 인재의 기용을 주저해선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태에서 병역의무를 면하려고 자녀의 이중국적을 유지한 채 눈치를 보는 부모라면 능력과 별개로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