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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든 음악앨범으로 된 영화 발표한 요조 “국내 첫시도 흡족해요”

직접 만든 음악앨범으로 된 영화 발표한 요조 “국내 첫시도 흡족해요”

Posted May. 01, 2017 07:26   

Updated May. 01, 2017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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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요조(본명 신수진·36)가 국내 최초로 영화로 새 앨범을 발표했다.

 그가 직접 연출·작사·작곡한 ‘나는 아직도 당신이 궁금하여 자다가도 일어납니다’(이하 ‘나아당궁’)다.

 요조의 신곡 5개가 29분짜리 영화 안에 고스란히 담긴 이 작품은 전주국제영화제의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단편 섹션’에 공식 초청돼 지난달 30일 처음 상영됐다. 영화제에서 영화로 새 앨범 발표회를 한 셈이다. ‘나아당궁’은 3, 4일 두 차례 더 상영된다. 4일엔 현장에서 요조의 공연도 열린다.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의 카페에서 만난 요조는 “디지털 음원 시대에 1번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창작자가 의도한 순서대로 들을 수밖에 없는 음반을 만들 수 없을까 생각하다 영화 앨범을 구상하게 됐다”고 했다.

  ‘나아당궁’은 2013년 2집 ‘나의 쓸모’ 이후 4년 만의 신작.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세 젊은이가 제주도로 여행 간다. 해변에서 야영하는데 옆 텐트의 대가족이 수상하다. 할머니가 비스듬히 누운 채 몇 시간이고 꼼짝 않고 있다. 죽은 걸까. 다음 날 아침에 진실이 밝혀진다.

 “인간 최대의 비극인 죽음이 자신 아닌 타인의 문제가 됐을 때 나타나는 상이한 무게를 얘기하고 싶었어요.”

 세 젊은이가 김포공항에서 제주로 향할 때 첫 곡 ‘공항 거쳐서’가 흐른다.(‘나는 천국이든 지옥이든… 공항 거쳐서 갈래요’) 제주에서 장을 보는 대목에선 ‘오 싫어합니다’로 시작하는 ‘늙음’이 깔린다. 어쿠스틱 팝과 포스트 록이 산뜻한 바람과 무거운 밤공기처럼 갈마드는 음악은 감각적 영상의 블랙코미디와 묘하게 몸을 포갠다.

 요조는 “영화를 먼저 완성한 다음에 작사, 작곡을 시작했다”고 했다. “편집을 끝낸 영상을 틀어놓고 보면서 초 단위까지 정확히 맞춰 곡을 쓰는 작업이 쉽지 않아서”다. 영상의 길이와 흐름에 맞추다 보니 절-후렴-절-후렴의 일반 공식에서 비켜난 곡들이 나왔다.

 주제 선정과 구상은 4년 전 했지만 영화란 걸 만들어 본 적 없으니 엄두가 안 났다. 지난해 소속사 대표와 “이익은 안 나겠지만 재미와 의미가 각별하니 그냥 합시다”로 의기투합했다. 영화 스태프 경력이 있는 소속사 직원이 프로듀서를 맡았다.

 2013년 써 둔 동명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한두 달 만에 시나리오를 썼다. 제주 촬영은 3일 만에 끝냈다. “음반 녹음 땐 저만 잘하면 됐는데 영화 촬영은 많은 스태프와 배우들, 날씨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작업이었어요.” 그는 “내 스트레스와 불안이 주변에 전염되지 않도록 포커페이스가 돼야 했기에 촬영 내내 출연 배우보다 감독인 내가 더 혼신의 힘을 다해 메서드 연기를 했다. 3일 동안 30년 늙은 것 같다”며 웃었다.

  ‘나아당궁’은 5월 중순 음원과 음반으로도 나온다. 국내외 다른 영화제에도 출품할 계획이다. 내년 중 DVD로도 내려 한다.

 요조는 서울 북촌에서 2015년부터 운영한 서점 ‘무사(無事)’를 이르면 6월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로 옮겨 재오픈한다. 당분간 서점을 지키며 제주에 머물 생각이다.

 데뷔한 지 올해로 10년 됐다. 전작에서 그는 ‘나의 쓸모’를 자문했다. 요조는 “마냥 신나서 첫 음반을 냈다 둘째 음반부터 쓸모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면서 “영화는 다시 만들지 않겠다. 똑같은 고민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라고 했다.

 이번 음반이 쓸모 있다고 자평하느냐고 묻자 요조가 얼굴에 보조개를 띄운다. 아무 말 없이 그는 천천히 두 번 고개를 끄덕였다.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