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트럼프 ‘1조원 사드 청구서’, 새 정부 대미외교 첫 시험대다

트럼프 ‘1조원 사드 청구서’, 새 정부 대미외교 첫 시험대다

Posted April. 29, 2017 08:27   

Updated April. 29, 2017 08:28

中文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경북 성주에 배치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해 “10억 달러(1조 1300억원)짜리 시스템이다. 한국을 보호해주는 데 왜 미국이 돈을 내느냐. 한국이 비용을 내는 게 적절하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아무리 트럼프 대통령이 ‘럭비공’이라고 해도 ‘최고의 압박과 관여’라는 강경 대북정책을 발표한지 하루 만에 사드 비용 청구서를 내미는 듯한 태도가 당혹스럽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7월 주한미군주둔협정(SOFA)규정에 따라 사드 구매와 운용비용은 미군이, 부지와 기반시설은 한국군이 제공한다는 약정에 서명했으며 사드비용을 대라는 미국 측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미협정을 무시한 트럼프의 말은 중국의 집요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일관되게 피력해온 한국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신중치 못한 언행이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가 언론을 통해 운을 뗀 수준이다. 그가 일단 지르고 본 뒤 상대방 반응에 따라 태도를 손바닥 뒤집듯 엎어버리는 ‘예측불허 협상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 호들갑을 떨거나 정색하고 덤빌 필요는 없다. 이르면 연말에 있을 방위비 협상을 염두에 두고 분담금을 올려보려는 기선제압용 전술일 수도 있다. 그는 자신의 대선과정에서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우리가 100%부담해야 한다며 심지어 미군철수 카드까지 들고 나왔었다.

 열흘 있으면 들어설 차기 정부는 사드비용에 대해 소파 규정을 토대로 입장을 명확히 정리해 될 건 되고, 안 될 것은 안 된다며 단호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중국의 치졸한 사드 경제보복으로 입을 피해가 수조원대에 달할 수 있는데 마치 자신들만 희생하고 있다는 듯 청구서를 내미는 것은 진정한 동맹국 지도자의 태도가 아니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사드는 북핵보다 주한미군 방어목적이 더 크다는 점을 외교경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대선을 코앞에 둔 민감한 시점에 한국 정치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진 트럼프의 무감각 무신경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백악관에 한국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설명해줄 전문가가 제대로 없다는 말도 된다. 트럼프 취임 100일이지만 동아태차관보와 주한 미 대사는 아직도 공석이다.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북핵 위협 대응과 트럼프와의 수싸움을 동시에 해나가야 하는 어려운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말로만 ‘자주국방’을 외칠 게 아니라 독자적으로 북핵 위성을 감시할 군사위성 하나 없는 현실을 직시하고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트럼프가 갑자기 내민 청구서가 우리 안보의 근간인 한미동맹 또한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면 그나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