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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허 찌른 르펜... 트럼프式 편가르기 전략

마크롱 허 찌른 르펜... 트럼프式 편가르기 전략

Posted April. 28, 2017 07:15   

Updated April. 28, 201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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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노동자의 편에 서 있고, 마크롱은 소수 기업가들의 편에 서 있다.”

 26일 오전 프랑스 북부 소도시 아미앵의 미국계 가전업체 월풀 공장을 예고 없이 방문한 극우 성향의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후보는 어느 때보다 강한 톤으로 신생 중도 신당 앙마르슈(전진)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를 공격했다.

 아미앵 공장은 월풀의 폴란드 이전 결정에 따라 노동자 290여 명이 실업 위기에 처해 있는 곳이다. 르펜은 공장 주차장을 찾아 직원들과 함께 셀카를 찍으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월풀의 아미앵 공장은 절대 문 닫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미앵이 고향인 마크롱은 같은 시간 이 지역 상공회의소에서 월풀의 노조 대표와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공개된 유세 일정이었다. 르펜이 월풀 공장에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달려갔지만 이미 르펜 쪽으로 기울어진 노동자들은 “대통령 마린 르펜” 구호를 외치며 맘껏 조롱했다. 갑작스럽게 이뤄진 아미앵 대결에서 마크롱은 완패했다.

 다음 달 7일 대선 결선투표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4 대 6으로 열세인 르펜이 대역전극을 위해 선택한 캠페인 전략은 ‘트럼프 따라하기’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분법적으로 편을 갈라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방법을 구사한다. 주된 지지층인 저소득·저학력 계층을 향해 쉽고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도 그의 특징이다.

 르펜 측 캠프 관계자는 26일 폴리티코 유럽 인터뷰에서 “노동자 편에 선 그녀와 세계주의자 편에 선 마크롱의 차별을 부각시키는 게 최고의 선거 전략이다. 트럼프식 전략이라고 불러도 된다”고 말했다. 르펜의 주 지지층도 저소득·저학력 계층이다. 르펜의 아버지이자 FN 창립자인 장마리 르펜도 25일 “내가 그녀의 위치에 있다면 나는 트럼프 같은 선거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 대선 승리 전략이 프랑스에서도 그대로 통할지는 의문이다. 프랑스에서는 이념, 계층을 막론하고 트럼프에 대한 반감이 너무 심해 공개적으로 롤모델로 삼을 순 없다. 게다가 주된 타깃을 노동자 계층으로 한정할 경우 과반 득표를 위한 지지율 확장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동정민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