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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몰린 北, ‘인질외교’ 우려 커져

벼랑끝 몰린 北, ‘인질외교’ 우려 커져

Posted April. 25, 2017 07:19   

Updated April. 25, 2017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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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평양과기대에서 한 달간 강의를 마치고 출국하려던 한국계 미국인 김상덕(미국명 토니 김·58) 전 옌볜(延邊)과기대 교수가 21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출국 수속 도중 북한 당국에 체포되면서 80명에 이르는 평양과기대 교수진의 인질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6차 핵실험 강행 등으로 긴장이 고조되거나 무력충돌이 발생하면 이들이 언제든지 인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0년 10월 남북 합작대학으로 문을 연 평양과기대에는 한국계 미국인 30여 명을 포함해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출신 외국인 80여 명이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북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은 정보통신 농생명 금융경영 등 3개 학부에 400여 명, 석박사 과정은 정보통신, 산업경영, 농업식품공학 등 3개 분야에 120명가량이 재학 중이다. 평양 낙랑구에 위치한 평양과기대는 군부대가 있던 곳을 김정일의 지시로 학교 부지로 전환해 만들어졌다.

 체포된 김 전 교수는 1년여 전까지도 옌볜과기대에서 10년가량 회계학을 강의하면서 북한 나진선봉과 북한 측 북중 접경 및 산악지대의 고아와 어린이, 장애인 등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벌였다. 최근에는 평양과기대 금융경영학부에서 한 달씩 회계학 강의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대북 소식통은 “성실하고 헌신적인 자세로 오랜 기간 봉사 활동을 하며 북한 당국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온 김 전 교수를 억류한 것은 북한 당국이 그만큼 다급해진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제타격 발언 등이 이어지면서 긴장이 높아지자 평양에 머물고 있는 80여 명의 교수진이 언제든지 인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 당국은 국제적인 수준의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그동안 평양과기대 교수진에 대해 비자를 신속히 발급하는 등 배려했지만 지금은 군사적으로 긴급한 상황이라고 보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북한에는 나진선봉에서 호텔을 운영하고 북중 간 무역 활동을 하던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박사와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가 각각 10년과 15년의 노동교화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구자룡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