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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쩍않는 발과 턱…김태균, 낮은 자세로 이룬 ‘65경기 연속 출루’

꿈쩍않는 발과 턱…김태균, 낮은 자세로 이룬 ‘65경기 연속 출루’

Posted April. 24, 2017 07:31   

Updated April. 24, 2017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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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철 지난 광고 문구만은 아니다. KBO리그 연속 출루 신기록(65경기)의 주인공 한화 김태균(35)의 숨은 노하우다.

 프로 17년 차 김태균이 대기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건 그만의 독특한 타격 폼 덕분이다. 기마자세를 연상할 정도로 낮은 자세에 두 발의 폭을 넓게 벌린 김태균의 타격 폼에는 최대한 공을 오래 보면서 간결한 스윙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타격 메커니즘이 숨어 있다.

 타구에 강한 힘을 싣기 위해 통상 많은 타자들이 스트라이드(타격 시 투수 쪽 발을 들었다 내딛는 동작)를 하는 것과 달리 김태균은 이례적으로 양발을 땅에 고정한 채 타격을 한다. 발을 들어 시야가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면서 공을 최대한 집중해서 보기 위해서다. 타격 시 턱을 왼쪽 어깨에 의도적으로 붙이는 것 또한 같은 이유에서다. 공을 오래 볼 경우 변화구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다. 테이크백(타격 시 배트를 잠시 뒤로 빼는 동작)을 거의 하지 않는 것도 변화구 대처에 도움이 된다.

 타격 폼에 기반한 김태균의 선구안은 신기록을 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태균은 지난해 8월 7일 이후 65경기 동안 10경기에서 안타를 치지 못하고도 볼넷을 골라 연속 출루 기록을 이어 갔다. 올 시즌 김태균의 볼넷(14개)/삼진(7개) 비율은 ‘2’로 리그 최고다. 물론 김태균이 정교함만으로 승부하는 타자는 아니다. 키 185cm, 몸무게 110kg의 큰 체구에 타고난 힘과 강한 엉덩이 회전력을 활용해 장타 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타석에 임하는 김태균만의 마음가짐 또한 차이가 있다. 23일 수원구장에서 만난 김태균은 “어려서부터 코치님들이 타격감이 나쁠 땐 감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공이 보이면 방망이를 돌려라’라고 주문했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4타수 무안타와 (볼넷 하나를 골라 낸) 3타수 무안타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신기록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올 시즌 확대 적용된 스트라이크 존에 대해서도 “어차피 투수는 실투를 하게 돼 있다. 바뀐 존에 적응하려 하기보다는 나만의 존을 지키는 편이다.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을 바에는 아예 치지 않는다”며 뚜렷한 자기 주관을 밝혔다.

 23일 kt와의 경기 2회초 내야안타를 치며 신기록을 이어 간 김태균은 이제 스즈키 이치로(44)가 1994년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서 기록한 아시아 최다 기록(69경기)에 도전한다. 슬슬 1949년 테드 윌리엄스(1918∼2002)가 세운 메이저리그 기록(84경기)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매 타석 최선을 다하겠다”는 김태균은 이치로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야구팬들로선 확실한 볼거리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한편 김태균은 이날 2회 1루로 달리는 과정에서 오른쪽 허벅지에 통증을 느껴 교체 아웃됐지만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강홍구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