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잽 날려본 김정은, 눈 깜짝 안한 트럼프

Posted April. 17, 2017 07:19   

Updated April. 17, 2017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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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16일 오전 6시 20분경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쐈지만 발사 직후 공중 폭발했다고 군 당국이 밝혔다.

 전날(15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중장거리 전략무기를 총동원한 태양절(김일성 생일) 군사 퍼레이드(열병식)에 이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방한일을 겨냥한 대미(對美) 무력시위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미사일 기종과 폭발 원인을 분석 중”이라며 “5일 같은 곳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돼 60여 km를 날아간 미사일과 동일 기종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군은 두 미사일 모두 KN-15(북극성-2형)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5일에 이어 시험발사를 재시도했지만 추진체 결함 등으로 실패한 정황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ICBM은 아니라고 발표했다.

 김정은이 핵실험이 아닌 미사일 도발을 택한 것은 미중 정상회담 이후 본격화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고강도 대북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공습처럼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군사옵션의 실행 가능성에 부담을 느껴 도발 수위를 조절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군은 북한이 25일(인민군 창건기념일)을 앞두고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추가 도발할 가능성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북 미사일 발사 상황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한미 양국은 이달 말 워싱턴에서 제11차 통합국방협의체(KIDD)를 열어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미 플로리다 주 휴양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부활절 휴가를 보내던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북 미사일 발사 보고를 전화로 받았으나 ‘평소와 달리’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은 “북한이 (6차 핵실험이라는 어퍼컷 펀치 대신) 미사일 시험 도발이란 잽을 펜스 부통령의 방한에 맞춰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순순히 따르지 않겠다는 반항의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보도했다.



윤상호군사전문기자 bookum90@donga.com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