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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위기설, 사실인가

Posted April. 11, 2017 07:13   

Updated April. 11, 2017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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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최근 핵항모 칼빈슨호 전단을 한반도 인근으로 급파한 데 이어 일본에 정박 중인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 호와 항공모함함급 강습상륙함 본험 리처드 호도 이달 말을 전후해 추가 배치할 예정이다. 기습 뒤 상륙을 위한 대규모 해병대 병력을 실은 마킨 아일랜드 및 아메리카 강습상륙함은 현재 서태평양에서 대기 중이다. 미국 태평양 항모 전력의 절반 수준으로 휴전 이후 최대 전력 배치다. 경북 도구 해안에서는 어제부터 항구가 파괴됐을 때를 대비한 한미 합동 전쟁물자 보급 훈련이 역대 최대 규모로 펼쳐지고 있다. 우리가 대선에만 한눈을 팔 수 없는 긴박한 순간이다.

 북한이 이달 중 핵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1953년 휴전 이후 한반도의 전쟁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주식시장에선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아치우고 환율도 급등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공식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선제타격의 레드라인은 6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김일성 생일 105주년(15일)이나 조선인민군 창건 85주년(25일)을 전후해 도발할 것으로 예측된다. 북한이 끝내 미국의 경고를 무시한다면 대북 군사조치는 불가피해지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9일 CBS 방송에 출연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시험을 중단하면 대화를 생각할 수 있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원하지만 (북한)정권 교체 목표는 없다”고 강조했다. 선제타격, 한반도 전술핵 배치, 김정은 참수작전 등 강경 기류와는 딴판이지만 미국은 중국의 협조를 통한 강력한 경제 제재에 방점을 두고 대화의 문도 열어두고 있다.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거나 북한이 스스로 핵개발을 중단하거나 포기한다면 북핵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다. 10일 서울에 도착한 우다웨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방한이나 16일로 예정된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방한이 주목되는 이유다. 

 문제는 선제타격이든 전격적인 북-미 대화든 우리에게 모두 위기란 점이다. 어느 경우라도 한국과 미국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우리 정부는 선제타격이나 전술핵 배치, 북미 대화의 조건 등 작금의 상황에 대한 입장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의 운명이 남의 손에 결정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 눈앞에서 펼쳐지려 한다. 일본 여당의 유력 총리 주자인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은 어제 “서울이 불바다 될 지도 모른다”며 자국민 구출을 위한 대책을 촉구했다. 일본의 유력 정치인이 아무런 근거도 없는 그런 말을 했을까라고 생각하면 아득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 이양기에 정부의 상황 진단이나 대책을 듣지 못하는 국민은 답답하고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