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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이순자 부부

Posted April. 03, 2017 07:17   

Updated April. 03, 2017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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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부부가 삶을 회고하는 책을 나란히 냈다. 78세 부인의 자서전 표지엔 앞장선 남편 손을 잡고 조심스레 징검다리를 건너는 흑백사진이 실렸다. “나의 애인이었고 신랑이었고 남편인 그분, 자식들의 아버지이고 손자손녀들의 할아버지인 그분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다”는 헌사도 머리글에 담았다. 86세 남편의 회고록은 오늘 출간된다. 부부는 책을 내기 전 함께한 시간들을 되돌아보고 기억의 편린들을 맞추며 대화를 나눴을 것이다. 미담이어야 마땅하지만 주인공이 전두환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 씨이니 얘기가 달라진다.

 ▷이 씨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단 열흘에 걸쳐 일어난 충격적인 무장 소요 사태였다”고 책에 적었다. 그리고 5·18특별법에 따른 재판에서 전 전 대통령이 발포 명령자라는 검찰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을 들어 “그렇게 해서 그분은 ‘사살 명령’ ‘학살’ ‘무차별 발포’ 같은 그 질긴 끔찍한 누명으로부터 벗어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었다”고 썼지만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5·18 희생자들 가족과 광주 시민들은 격분했다.

 ▷전 전 대통령도 12·12가 쿠데타로 규정된 것은 “정치적 역사 왜곡”이라고 반박하는 등 작심하고 반론을 폈다. 세상에 잘못 알려진 역사적 사건의 진실을 밝힌다는 취지인 듯하나 그의 주관이 과연 얼마나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지는 알 수 없다. 퇴임 후 당한 일들이 억울하다는 생각에서 과거에 대해 일방적으로 미화나 윤색, 변명을 한 것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일이다.

 ▷이 씨는 남편에 대한 사랑과 존경, 가족애 등 소소한 일상도 소개했다. 1988년 말부터 2년간 쓸쓸했던 백담사 유폐 시절의 미공개 사진들이 눈길을 끈다. 권력의 무상함이 뼈저리던 때였을 것이다. 정치철학자 해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에 주목했지만 5공화국의 과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전 전 대통령 부부는 평범한 자연인도 아니다. 시대와의 화해가 아니라 논란 확산을 의도한 것이라면 두 책은 발간 목적을 달성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