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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옐런의 ‘거래 기술’

Posted March. 18, 2017 07:17   

Updated March. 18, 2017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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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우건설과 건축사업을 하던 1990년대 후반 한국을 2번 방문했다. 주상복합 브랜드 ‘DT’를 보고 자기 이름(Donald Trump)의 약자라며 기뻐했지만 실제로는 대우-트럼프(Daewoo-Trump)의 약자였다. 모델하우스에선 도우미에 더 관심을 보였음에도 대우 관계자는 ‘영리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결정적 순간에 고개를 숙일 줄 알고, 이념 때문에 일을 망칠 바보가 아니라는 의미다.

 ▷즉흥적으로 일을 처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치밀한 계획대로 움직이느느 사업가가 트럼프다. ‘최악을 예상하라, 사업을 게임으로 만들라, 비용은 적당히 투입하라’는 거래의 기술 덕분에 대통령까지 됐다. “김정은이 한 일(중거리미사일 발사)에 대해 너무 매우 화가 나 있다” “대화하기엔 너무 늦었다” 같은 자극적 발언을 하고서도 ‘선제공격’이라는 비싼 대가가 필요한 전략은 선택지에서 제외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오바마 정부 사람인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트럼프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옐런은 그제 예상보다 3개월 빨리 금리를 올려 트럼프의 경기부양책에 물을 탔다. 특히 연3%가 될 때까지 금리를 올리겠다는 장기계획은 향후 트럼프 측 인사가 정책기조를 못 바꾸도록 대못을 친 것이다. ‘점진적 금리 인상’이라는 연준의 메시지를 두고 정부 비위를 맞춘 것인지, 트럼프를 농락한 것인지 전문가마저 헷갈릴 정도로 옐런은 용의주도했다.

 ▷‘연준 회의에서 트럼프의 감세정책을 논의했느냐’는 민감한 질문을 듣는 동안 옐런은 미간을 찌푸리고, 눈동자에 힘을 줬다. 정작 답할 때는 미소를 지었고 여유가 넘쳤다. 트럼프노믹스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뉘앙스다. 트럼프보다 한수 위인 듯한 옐런의 거래 기술은 상거래 시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논문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남편 조지 애컬로프 교수 덕분일지 모른다. 옐런에게 한방 먹은 트럼프는 곧 새로운 거래 기술을 선보일 것이다. 그 기술은 환율전쟁일 수도, 무역장벽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나 한국은 영향권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