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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 큰 이승철

Posted March. 17, 2017 07:13   

Updated March. 17, 201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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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경제부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탄생한 부처였다. 이전 정부의 산업자원부에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의 일부 기능을 보태 만들어졌다. ‘기업 프렌들리’를 앞세웠던 이명박 대통령은 지식경제부 초대 장관으로 이윤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을 임명했다. 이 장관은 행정고시를 수석으로 합격한 관료 출신이었지만 전경련의 위상은 크게 올라갔다. 재계는 지식경제부를 ‘부총리급 부처’로 평가했다.

 ▷재벌 총수가 맡는 전경련 회장은 운영에 일일이 개입하지 않는다. 평소 정부나 국민을 상대하는 역할은 상근부회장이 도맡는다. 청와대나 정부와 대기업을 잇는 창구 역할도 한다. 이윤호 전 상근부회장의 입각으로 당시 상근부회장 구인난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그 뒤에도 대기업 임원들이 고사하면서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2013년 이승철 전무가 전경련 내부 인사로는 27년 만에 처음 상근부회장으로 발탁되자 화제가 되는 것은 당연했다.

 ▷지난달 퇴임한 이 전 상근부회장이 상근고문직과 격려금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는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774억 원을 모아 미르·K스포츠재단을 세웠다고 국회에서 거짓말을 해 전경련을 해체 위기에 몰아넣는 빌미를 줬다. 그가 청와대를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은 ‘제2의 이윤호’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는 뒷말이 적지 않았다. 영전은 무산됐지만 임기를 무사히 마친데다 20억 원에 이르는 퇴직금을 챙겼다. 그것도 모자라 상근고문직과 퇴직금의 최대 50%에 이르는 격려금까지 달라고 했다니, 참 간도 크다.

 ▷작년 12월 국정조사 청문회 때 한 의원이 재벌 총수들에게 “촛불집회 나간 분 손들어 보라”고 했다. 뒷줄에 있던 이 전 상근부회장만 손을 들었다. “당신은 재벌이 아니잖아요”라는 질책을 받고서야 손을 내렸다. 이 부회장의 신분상승 욕구가 드러난 듯했다. 어제 전경련은 상근고문직과 특별가산금, 퇴임 후 변호사 비용 모두 주지 않는다는 문자를 서둘러 출입기자들에게 보냈다.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다며 전경련이 진저리를 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