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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檢출두하는 박 전 대통령, 나라 위한 처신 바란다

21일 檢출두하는 박 전 대통령, 나라 위한 처신 바란다

Posted March. 16, 2017 07:15   

Updated March. 16, 2017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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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검찰에 출두한다. 검찰은 어제 박 전 대통령에게 21일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해 조사받으라고 공식 통보했고,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검찰이 요구한 일시에 출석해 성실하게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조사 결과 뇌물수수 등 13개 혐의의 공모자로 돼있는 박 전 대통령은 참고인도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4번째 검찰 조사를 받게 되는 전직 대통령을 보게 되는 국민은 착잡하다.

 이제라도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응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조사는 작년 10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이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첫 대면조사다. 박 전 대통령은 지금껏 말로만 “진상규명에 협조하겠다”고 밝혔을 뿐 검찰과 특검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의 거듭된 출석요청도 외면했다. 헌재에 보낸 최종 의견서 등을 통해 “단 한 번도 사익을 위해 또는 특정 개인의 이익 추구를 도와주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하거나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본인의 결백만 거듭 주장했다. 헌재가 중대한 탄핵사유 중 하나로 ‘헌법수호 의지가 없다’는 점을 꼽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에 나가 결백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혐의와 관련된 사실관계 조사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국민적 의혹을 풀도록 노력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21일 검찰의 포토라인에 설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민은 또 한번 박 전 대통령이 어떤 말로 국민에게 이해와 사과를 구할 것인지, 기다리고 주목할 것이다. 12일 청와대를 떠나는 날, 그는 탄핵 승복의사를 비롯해 진솔한 심경을 듣고자 했던 국민의 기대를 배신했다. 삼성동 사저에 도착해서는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며 사실상 불복 메시지를 내놓았다. 명색이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대리인을 내세워 자신의 억울함만 토로하고 자신으로 인해 국민이 받은 상처는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협량(狹量)을 드러낸 것이다. 차라리 사죄의 심정으로 침묵을 지키는 것만도 못했다.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로 이제 남은 과제는 진상규명과 국민통합이다. 지난 4년간 대한민국을 통치한 최고 지도자가 하루아침에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한 것을 봐야 하는 국민들도 불편하다. 검찰 포토라인 서는 날은 어쩌면 전직 지도자로서의 품격과 자존심을 국민 앞에 보여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본인을 위한 변명 대신 무엇이 진정 나라를 위한 길인지, 국민통합의 길인지, 전직 대통령다운 처신을 기대한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