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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재 대심판정 방청석 ‘탄성’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재 대심판정 방청석 ‘탄성’

Posted March. 11, 2017 07:03   

Updated March. 11, 2017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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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주문을 읽자 대심판정 방청석에서 나직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환호도 고성도 없었다. 시작부터 주문까지 걸린 시간은 단 21분이었다.

 현직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역사적 현장. 찬반 시위가 열린 헌재 밖 상황과 달리 대심판정은 선고 전까지 팽팽한 긴장감으로 숨이 막힐 듯했다. 이날 방청석에는 내외신 기자 150여 명이 자리했다. 인터넷 추첨에서 선정된 일반인 24명도 자리했다. 무려 796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온 사람들이다. 이들 역시 잔뜩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국회 탄핵소추위원단과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오전 10시 40분부터 차례로 들어왔다. 오전 11시 이 권한대행과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 등 8명의 재판관이 차례로 입정했다. 모든 방청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판관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이 권한대행이 “지금부터 2016헌나1 대통령 탄핵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결정문에 앞서 그는 진행 경과와 ‘역사의 법정’에 선 헌재의 입장을 밝혔다.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 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이다. … 재판부는 역사의 법정 앞에 서게 된 심정으로 이 선고에 임하려 한다.”

 11시 3분. “지금부터 선고를 시작하겠다.” 마침내 이 권한대행의 결정문 낭독이 시작됐다. 대심판정의 모든 사람들이 그의 입에 귀를 맞췄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국회 탄핵소추 의결 과정의 하자 부분을 주장한 것과 관련해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는 대목에서 서기석 재판관이 고개를 돌려 이 권한대행을 잠시 쳐다봤다. 동시에 대리인단의 손범규 변호사도 이 권한대행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반면 국회 측 황정근 변호사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11시 8분 탄핵소추 사유의 판단 결과가 본격적으로 언급되자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공무원 임면권 남용과 언론자유 침해, 세월호 참사에 대해 박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배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자 황 변호사 등 국회 측 참석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소추위원단장인 바른정당 권성동 의원은 재판부를 빤히 쳐다봤다. 일반 방청객들의 표정도 미묘하게 엇갈렸다.

 하지만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금의 상황을 낳은 최순실 씨 관련 내용이 언급되면서부터다. 11시 12분 이 권한대행은 청와대 문건이 수시로 최 씨에게 전달된 문제를 지적했다. 순간 조용호 재판관과 바로 옆 강일원 재판관이 서로를 응시했다. 박 대통령 파면의 운명을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어 미르·K스포츠재단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박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한 내용이 설명됐다. 이 권한대행이 “최 씨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헌법, 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배했고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규정짓자 권 의원은 미소를 지었다. 반면 박 대통령 측 이동흡 변호사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큰 변화 없이 발표를 이어가던 이 권한대행의 목소리는 주문을 앞두고 조금씩 바뀌었다. “박 대통령은 최 씨의 국정 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부인하면서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다” “박 대통령은 검찰과 특검의 조사에 응하지 않고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했다” “법 위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마치 박 대통령을 꾸짖는 듯한 어조였다. 그리고 “박 대통령의 위헌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 박근혜의 파면을 선언하는 주문 후 이 권한대행과 재판관 7명은 퇴정했다.

 선고 후 국회 측 의원들과 변호사들은 악수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권 의원은 박 대통령 대리인단에 찾아와 이동흡, 이중환 변호사와 악수했다. 박 대통령 측 변호사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대심판정을 벗어났다.

배석준



배석준 eulius@donga.com · 신규진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