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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LG의 생산지이전이 “부정행위”라는 美무역위원장

삼성 LG의 생산지이전이 “부정행위”라는 美무역위원장

Posted March. 09, 2017 07:03   

Updated March. 09, 2017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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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국가무역위원회 피터 나바로 위원장이 6일(현지 시간) 전국기업경제협회 총회에서 삼성과 LG전자에 대해 “무역 부정행위(Trade cheating)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올 초 두 회사의 중국산 세탁기에 대해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는데 중국공장이 아닌 베트남과 태국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출함으로써 관세를 회피했다는 것이다. 미국 월풀이 한국기업의 ‘생산국 옮겨 다니기’로 고전 중이라는 나바로 위원장의 지적은 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하기 힘든 말이다.

 미국 상무부와 함께 통상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무역위원회 수장이 경제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자리에서 자국 기업 편을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발언이 비상식적이고 외국기업의 명예를 실추하는 것이라면 용납하기 어렵다. 글로벌 무역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인건비와 기술력을 따라 기업이 국경을 넘나드는 것은 일반적이다. 설령 덤핑 판정이 생산지를 이전한 이유라 해도 경영상의 판단에 대해 외국 정부가 개입할 수는 없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삼성의 미국 공장 건설에 대해 트위터에 “고마워요 삼성!”이라고 쓴 것이 지난달 3일이다. 한 달만에 채찍을 들며 한국기업 길들이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북핵 위협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이 사드 조기배치에 협력하면서도 경제 분야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한미동맹을 안보의 수단으로만 보기 때문일 수 있다. 미국은 1월 무역적자가 5년 만에 최대치로 확대된 것을 두고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태세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영향으로 한국 기업의 대미(對美) 투자가 늘었고 미국은 한국과의 서비스무역에서 대규모 흑자를 냈다. 한미동맹은 경제적 번영을 공유한다는 의미도 있다.

 나바로 위원장의 삼성, LG 비판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 상무부 장관 등을 만나기 위해 방미 중인 가운데 나온 것이다. 회담 성과와는 별개로 외교적 결례다. 미국이 한국을 경제협력의 파트너로 존중하지 않는다면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17일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미국 재무장관을 만난다고 달라질 건 없다. 정부는 자국 기업의 방패가 돼야 한다. 그래야 투자 확대나 일자리 창출을 요구할 명분이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