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北대사 추방”... 단교 조치 시사

　김정남 살해 용의자로 체포됐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추방된 리정철(47)이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으로부터 “자백을 강요받았다”고 4일 주장했다. 리정철은 바로 평양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고 경유지인 베이징(北京)에 머물며 인권침해 여론전에 나섰다. 사드 부지 결정 이후 한국을 맹공격하는 중국이 김정남 피살 등으로 수세에 몰린 북한을 감싼다는 분석이 나온다.

　말레이시아에서 추방된 리정철은 4일 0시 20분(현지 시간)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 3터미널에 도착한 뒤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으로 이동했다. 침묵하던 그는 돌연 정문 철창 너머로 “말레이시아 경찰이 날조된 증거로 김정남 살해를 자백하라고 강요했다”면서 “경찰이 휴대전화 통화 이력과 독약을 싼 종이, 자신의 가족사진까지 제시하며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할릿 아부 바카르 경찰청장은 5일 “절차에 따라 정당한 수사를 했으며 용의자(리정철)는 좋은 대우를 받았다”고 자백 강요 주장을 일축했다.

　말레이시아는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한 지 나흘 만인 4일 말레이시아 주재 강철 북한대사의 추방을 결정하며 대북 외교 공세 수위를 높였다. 강 대사는 그동안 수사 조작설을 주장해 말레이시아 정부의 거센 항의를 받아 왔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강 대사의 추방은 북한과의 관계 재검토 절차의 일부”라고 밝혀 단교를 비롯한 추가 조치 가능성을 내비쳤다.

구자룡 bonhong@donga.com · 황인찬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