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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계란 남아도는데... 美선 시장개방 요구까지

미국산 계란 남아도는데... 美선 시장개방 요구까지

Posted March. 01, 2017 07:05   

Updated March. 01, 2017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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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계란값이 오르면서 정부가 수입을 적극 추진했던 미국산 계란이 남아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계란 수급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미국 가금류 수출업계에 계란시장 전면 개방의 빌미만 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3월 4일로 유통기한이 끝나는 미국산 계란 50만 개가 판매처를 찾지 못하고 창고에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무역업체를 통해 들여온 67만 개도 물량 처리에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에서야 판매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입이 시작된 1월 12일부터 현재까지 국내에 수입된 계란은 모두 1380만 개다.

 미국산 계란이 안 팔리는 것은 최근 국산 계란 가격이 급격히 떨어진 데다 소비자들의 이질감이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다. aT에 따르면 1월 30개들이(중품 특란) 한 판의 평균 가격은 9096원까지 올랐지만 2월 들어 평균 7932원으로 13%가량 떨어졌다. 미국산 계란을 구매했던 정모 씨(61·여)는 “호기심에 한 판을 샀지만 신선도에 대한 의심이 들어 절반 넘게 먹지 않고 남겼다”고 말했다.

 계란을 수입한 업체들은 정부가 계란 재고 처리 대책을 세우지 않고 외면하고 있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 계란을 수입할 때 적극 독려했던 정부가 재고 처분에 소극적이라 애꿎은 우리만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측은 “계란 판매는 개별 업체서 알아서 할 일이지 정부가 개입할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문제는 이번 수입을 계기로 미국 축산업계가 본격적인 통상 압박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가금류수출협회(USAPEEC)는 최근 미국 정부에 한국이 계란 관세율을 27%에서 14%로 내리도록 압력을 가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3월 중순 한국에서 농장주 등 닭 관련 업계 관계자 일부를 초청해 비공개 홍보행사도 열 예정이다. 이들은 한국에서 산란계(알 낳는 닭)의 33.9%(2370만 마리)가 도살 처분된 만큼 한국 업자들이 계란, 가공품뿐 아니라 산란계도 많이 수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AI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 전북 익산시의 하림 직영농장에서 고병원성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데 이어 같은 날 충남 홍성군의 종오리 농장에서도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전남북과 충남을 중심으로 한 서해안 벨트를 따라 AI가 다시 확산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26일 전남 강진군에서 발견된 AI 바이러스도 28일 H5N8형으로 확진됐다.



최혜령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