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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리본

Posted March. 01, 2017 07:05   

Updated March. 01, 2017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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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상영된 ‘너의 이름은’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국내 흥행기록을 새로 썼다. 360만 명 넘는 관람객 중에는 너덧 번쯤 본 마니아들이 꽤 있었다. 서로 몸이 바뀌는 남녀 주인공 타키와 미츠하를 연결해 준 것은 머리띠. 전차에서 타키와 마주친 미츠하가 황망하게 헤어지면서 오렌지색 머리띠를 풀어 던져주며 “내 이름은…미츠하!”라고 외쳤다. 타키는 이 띠를 팔찌처럼 손목에 감고 다녔지만 미츠하는 기억하지 못했다.

 ▷리본은 원래 매듭이나 장식용 끈을 말한다. 미츠하가 머리를 묶었던 기다란 띠도, 선물상자를 포장할 때 쓰는 끈도 모두 리본이다. 미국 남북전쟁 때 싸우러 떠난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들은 노란 천을 목에 매 식지 않는 사랑을 나타냈다고 한다. ‘인식(Awareness) 리본’은 특정 사안에 공감하는 이들이 브로치처럼 달고 다니는 리본을 가리킨다. 1991년 토니상 시상식에 제레미 아이언스가 달고 나온 빨간 에이즈(AIDS) 리본을 대중화의 첫 사례로 본다.

 ▷26일(현지시간) 열린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적지 않은 참석자들이 파란 리본을 옷깃이나 허리춤에 달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반이민행정명령에 반대해 소송을 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을 지지한다는 뜻이었다. 여우주연상을 받은 에마 스톤은 시상식이 끝난 뒤 화보 촬영 때 뒤늦게 파란 리본을 달기도 했다. 의료계에서 파란 리본은 전립선암을, 분홍 리본은 유방암을, 빨간 리본은 에이즈를 알릴 때 쓰인다. 같은 색이라도 누가 리본을 쓰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미츠하의 외할머니는 ‘무스비(むすび·매듭)’를 아느냐고 묻는다. 그러고는 ‘실을 잇고 사람을 잇고 시간이 흐르는 것이 모두 무스비’라고 알려준다. 같은 색 리본을 다는 이들은 한 마음으로 이어져 있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자주 등장하는 리본은 사회 내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지금 한국이건, 미국이건 리본은 ‘저항의 연대’라는 함의가 더 크다. 뒤틀리고 얽히고 멈추기도 하지만 결국 이어진다는 무스비. 우리에게 ‘무스비의 시간’은 언제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