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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붕괴

Posted February. 28, 2017 06:59   

Updated February. 28, 201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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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전 한국이 처음으로 유치했던 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 모두 4명이 필즈상을 받았다.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은 뛰어난 성과를 낸 40세 이하 수학자를 선정해 4년마다 시상한다. 수상자 4명 중 마리암 미르자카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여러 점에서 이채로웠다. 이란 출신인 그는 여성 최초로 필즈상 수상자가 됐다. 또 이슬람권 여성 수학자로는 처음으로 ICM 기조강연자로 초청받았다. 그가 귀띔해준 수학 잘하는 비결은? 싱겁게도 ‘자신감’이었다.

 ▷우리 일반고에서 수학시간이면 학생의 절반 가까이가 아예 엎드려 잠을 잔다. 이른바 ‘수포자(수학포기자)’들이다.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마친 상위권 서너 명은 딴 짓을 한다. 수학교사들은 일부 중위권 학생들에 맞춰 강의하지만 잠을 자지 않는 것이 고마울 뿐이다. 수학 공교육이 이 지경인데 미르자카니 교수 말대로 “부모와 교사가 수학을 잘한다고 칭찬을 많이 해 동기를 부여하라”는 방법론이 적용 가능할지 의심스럽다.

 ▷대입 수학에 대비하는 최고의 비법은 ‘제한된 시간에 많은 문제를 실수 없이 빠르게 푸는 것’이다. 유명 학원 ‘일타’ 강사들의 설명회를 가 봐도 ‘무한 반복’ 학습법을 재삼재사 강조한다. 문제를 보는 순간 유형을 파악하고 자동인형처럼 풀이법이 떠오를 정도로 기출문제를 풀고 풀고 또 풀라는 것이다. 수학이 생각하는 학문이고 공부 자체가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다는 말은 적어도 대입 준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수학공부가 단순 반복 학습으로 굳어지면 나중에도 고치기 힘들다. 김정한 고등과학원 교수는 한 명문 사립대 교수로 부임해 첫 시험을 치른 뒤 학생들이 “정해진 유형에만 강할 뿐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낙담했다. 학생들이 가장 어렵고 복잡한 문제는 풀었지만, 중학생 수준에서 생각하면 풀 수 있는 문제는 대부분 틀렸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 수학교육이 이제 붕괴 직전의 낭떠러지에 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실이 이런데 수학이 핵심요소인 4차 산업혁명에서 한국이 앞서가길 바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