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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구속... 권력자가 기업에 손 벌리는 행태 사라져야

이재용 구속... 권력자가 기업에 손 벌리는 행태 사라져야

Posted February. 18, 2017 07:09   

Updated February. 18, 2017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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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씨와 공모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430억 원의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어제 전격 구속됐다. 법원이 지난달 19일 뇌물의 증거가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한지 29일 만이다.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무역협회는 전체 기업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확대하고 기업가정신을 크게 후퇴시킬 것이라는 성명을 내놨다.

 전체 제조업 영업이익의 30%를 차지하는 삼성의 위기는 한국 경제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삼성 미래전략실과 그룹 계열사 대표를 중심으로 한 ‘투 트랙 경영’이 작동한다고 해도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지배구조 개편, 바이오산업 육성 등 그룹 전체에 영향을 주는 의사결정은 1심 판결이 나오는 5월경까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대졸 신입사원 공채 일정도 잡기 어려운 현실이다. 삼성의 경영공백이 청년들의 일자리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 외신들은 벌써부터 이 부회장의 구속이 한국 재계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 경제의 국제 신인도가 삼성 변수에 따라 출렁거릴 수 있는 격랑의 시기를 앞두고 있다.

 과거에 비해 법원이 이 부회장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은 죄질이 더 나빴다기보다는 기업을 보는 사회의 기대치가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총수를 3차례나 독대하면서 노골적으로 지원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를 거절할 수 있는 기업인이 현실적으로 존재할지 의문이다. 그런데도 이 부회장의 구속에 대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 등 유력 대선주자들은 환영 일색이다.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내면 표심에 부정적이라고 여기는 모양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으며 정치와 재계의 관계를 완전히 새로 정립해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 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져 온 정치적 성격의 기부를 전면 폐지하는 한편 정권도 기업에 대해 어떠한 요구도 해선 안 된다. 그러려면 대선주자들부터 기업 활동에 절대 개입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도 할 필요가 있다. 삼성의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