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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광기의 테러’로부터 우리는 안전한가

北‘광기의 테러’로부터 우리는 안전한가

Posted February. 16, 2017 07:19   

Updated February. 16, 201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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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독살 사건은 김정은 집권 이래 지속된 ‘스탠딩 오더(명령권자의 취소가 없는 한 끝까지 수행해야 할 명령)’의 집행이었다고 어제 국가정보원이 밝혔다. 2012년 초 이미 한 차례 암살 시도가 있은 뒤 김정남이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서신까지 보냈지만 이 명령은 취소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김정은의 편집광적 성격에서 비롯됐다”는 게 국정원의 진단이다. 김정남 독살은 3대 세습왕조의 권력투쟁이 낳은 해외원정 테러 살인극이다.

 이번 테러는 김정은 일파가 얼마나 광기어린 야만집단인지 국제사회에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 굶주린 인민들은 쓰레기를 뒤지는데도 극소수 집권층은 최고급 샴페인을 터뜨리고 자세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최고 엘리트마저 고사총으로 공개 처형하는 ‘초현실 사회’ 북한의 현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참수와 화형, 수장 등 온갖 야만적 살인행위도 모자라 조직원을 해외로 보내 테러를 자행하는 이슬람국가(IS) 세력과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다. 차라리 자신의 소행이라고 선전하는 IS가 당당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북한은 앞으로 이번 사건에 침묵하거나 발뺌할 가능성이 높다. 말레이시아 국제공항의 CCTV에 잡힌 북한 공작원 추정 여성 2명이 이미 사망했을 수 있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오는 만큼 북한 소행임을 확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북한은 김정남의 전처와 후처 두 가족이 베이징과 마카오에 버젓이 있는데도 말레이시아 측에 시신 인도를 요구하는 뻔뻔함까지 보이고 있다. 당장 김정남의 시신이 그들에게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우리 외교력을 모아야 한다.

 북한으로선 이미 ‘악의 축’ ‘폭정의 전초기지’ 같은 악명이 새삼스럽지 않다. 북한은 여기에 ‘테러광’이라는 낙인을 다시 추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KAL기 폭파 사건 이후 20년 넘게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랐다가 2008년에야 겨우 벗어났지만, 조만간 미 의회에선 테러지원국 재(再)지정 논의가 가시화될 공산이 크다. 김정남과 그 가족들을 보호해온 중국도 김정은의 잇단 도발행위를 마냥 감싸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정은에 대한 중국 측의 배신감이 어떤 식으로 구체화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정남 독살은 우리 정부 요인 등 사회지도층은 물론 탈북자 사회 전체에 대한 공개적인 테러 협박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남파 공작원들이 부여받은 요인 암살테러 같은 ‘스탠딩 오더’를 철저히 봉쇄할 대테러 대책부터 재점검해야 한다. 정부가 김정남 피살 소식이 전해진 14일 밤 국가안보회의(NSC)까지 열 필요 없다고 하다 어제서야 회의를 연 것은 사태를 안이하게 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는다. 국가 리더십 공백으로 불안한 국민을 더욱 걱정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