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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피겨 하뉴 열풍

Posted February. 15, 2017 07:04   

Updated February. 15, 2017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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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는 경기가 없는 평일 낮인데도 관중석의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일본 최고의 피겨스케이팅 스타 하뉴 유즈루(23·일본·사진)가 훈련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까지 방문 응원을 온 일본 팬 등 200여 명은 하뉴가 점프에 성공하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16일 이곳에서 개막하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선수권에 출전하기 위해 13일 한국을 찾은 하뉴는 입국 당시 인천국제공항에서부터 팬들을 몰고 다녔다. 하뉴가 등장하자 그를 기다리던 일본인 유학생 등 수십 명의 팬들은 “간바레(힘내)!”라고 외쳤다. 일부 팬들은 하뉴가 좋아하는 ‘곰돌이 푸’ 인형을 흔들었다.

 그런 팬들에게 환한 미소를 지은 하뉴는 짧고 굵게 대회 출전을 앞둔 각오를 밝혔다. “내가 지금 꼭 해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반드시 성공시키겠습니다.”

 세계 랭킹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하뉴는 유럽 선수들이 빠진 이번 대회를 향한 남다른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 대회 정상과 유독 인연이 없어서다. 2014 소치 겨울올림픽과 ISU 세계선수권, 그랑프리 파이널을 모두 제패한 하뉴지만 2011년과 2013년에 열린 4대륙 선수권에서는 모두 2위에 그쳤다. 이번에 우승하면 피겨 그랜드슬램을 완성하게 된다.

 게다가 이번 대회 장소는 내년 이맘 때 열리는 평창겨울올림픽 피겨 경기장이다. 테스트 이벤트에서 빙질에 적응하는 동시에 올림픽 전초전 우승으로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각오다. 하뉴는 “경기장의 온도와 얼음 상태, 음향이 어떻게 퍼져나가는지도 꼼꼼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남자 싱글 총점(330.43점)과 쇼트프로그램(110.95점), 프리스케이팅(219.48점)에서 모두 세계기록을 가진 하뉴는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그는 고득점에 필수인 쿼드러플(4회전) 점프 중 살코와 토루프, 루프를 구사할 수 있다. 그는 쿼드러플 루프(기본점수 12점)를 남자 선수 중 역대 최초로 성공시켰다. 하뉴는 자신의 지도자인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함께 캐나다 토론토에서 훈련하면서 체력 강화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경기 후반에 체력이 떨어져도 쿼드러플 점프를 완벽히 성공시킬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길 때까지 훈련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하뉴의 인기 덕분에 이번 대회 입장권 판매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14일까지 총 7만3000장의 입장권 중 5만8000장이 판매됐으며 이 가운데 4000여 장은 일본인이 구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하뉴의 팬 다나카 미유키 씨(23)는 “하뉴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그가 우리에게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다나카 씨의 말처럼 하뉴는 성장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을 이겨 내고 세계 정상에 올랐다. 누나를 따라 네 살 때부터 아이스링크를 다니던 그는 고향인 일본 센다이에 있는 링크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바닥이 갈라져 스케이트 부츠를 신은 채 황급히 대피했다고 한다. 지진으로 집까지 파손됐던 그는 아이스쇼 등을 통해 훈련 비용을 충당하며 꿈을 키워 나갔다. 또한 두 살 때부터 천식을 앓았던 그는 지금도 흡입제를 가지고 다니며 항상 마스크를 쓴다. 얼음 위에서 살아야 하는 피겨 선수에게는 최악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선수로 성공한 하뉴에게 일본 팬들의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다. 소치 올림픽에서 하뉴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당시 일본 언론은 “하뉴의 금메달이 동일본 부흥과 재건을 위한 용기를 선사했다”고 평가했다.

 강릉시 경포대 인근 숙박업체들도 ‘하뉴 특수’에 기뻐하고 있다. 경포대의 한 모텔 주인은 “4대륙 선수권 때문에 한국에 온 일본 손님들이 방 25개를 단체로 예약했다. 이 때문에 대회 기간 중에는 사용할 수 있는 방이 없을 정도다”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