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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버시 없는 ‘유리지갑’

Posted February. 13, 2017 07:02   

Updated February. 13, 201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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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벤저민 프랭클린. 형편이 어려워 열 살 때 학교를 그만둬야 했지만 지식에 대한 열정은 남달랐다. 먹구름 낀 날 철사를 붙인 연을 날려 번개가 전기 현상임을 입증해 과학자로 명성을 얻었다. 이는 피뢰침 발명으로 이어졌다. 미국 100달러 지폐에 얼굴이 오를 만큼 정치인으로도 존경받았다. 수많은 명언을 남길 정도로 기지도 번뜩였다. ‘이 세상에서 죽음과 세금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도 그중 하나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이 있다’는 게 과세 원칙이다. ‘모든 세금은 돈 버는 주체가 직접 신고하고 납부한다’는 건 또 다른 원칙이다. 그런데 월급쟁이들은 예외다. 회사가 다달이 세금을 떼어 국세청에 대신 내준다. ‘원천징수’라는 것이다. ‘일일이 세금을 계산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준다’는 대리납부 명분은 ‘고양이 쥐 생각한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월급쟁이들이 내는 근로소득세가 작년에 31조 원으로 사상 처음 30조 원을 넘었다. 재작년보다 3조9000억 원(14.6%) 더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세액보다 1조8000억 원(6.2%) 더 많았다. ‘내가 낸 세금이 그렇게 많단 말이야’라며 놀라는 직장인들에게 “명목임금이 올랐고 취업자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란 정부 설명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생필품 물가는 다락같이 뛰어올랐지만 ‘오르지 않는 건 월급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생활이 팍팍한 게 현실이다.

 ▷봉급생활자들은 회사를 중간에 내세운 정부의 감시망에서 숨을 곳이 없다. 왜 스스로를 ‘유리지갑’이라고 부르며 냉소하겠는가. 따지고 보면 소득도 사생활 정보에 속한다. 그렇지만 헌법 제17조의 사생활 비밀 보장은 봉급생활자에겐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직장인들은 프라이버시를 포기하면서까지 나라 살림의 밑천을 대줬다. 매년 한 번 정도는 국정 최고책임자로부터, 아니면 국세청장으로부터 “고맙다”는 한마디라도 듣는다면 상대적 박탈감이 조금이나마 풀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