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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언론전쟁

Posted February. 10, 2017 07:22   

Updated February. 10, 2017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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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 초 백악관 기자실에서 브리핑하는 숀 스파이서 대변인 바로 옆에 대형TV 스크린이 설치됐다. 기자실에 상주하지 않는 지방 언론과 인터넷 언론들이 인터넷 화상전화 ‘스카이프’를 통해 대변인에게 실시간 질문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메이저 언론과 대선 내내 사사건건 부딪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류 언론 때리기의 일환이다. ‘워싱턴 아웃사이더’인 트럼프의 아웃사이더 우대정책이랄까.

 ▷지금까지 백악관 브리핑은 영향력 큰 매체들이 주도했다. 정부 부처 어디를 가도 맨 앞 줄에 앉은 AP 기자가 제일 먼저 질문한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이런 관행을 첫날부터 깨버렸다. AP는 제쳐두고 폭스뉴스나 워싱턴타임스, 무명의 인터넷 매체에게 질문권을 줬다. 지난 달 첫 브리핑에선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통령후보를 비판한 책 ‘클린턴기업(Clinton Inc.)’ 저자인 뉴욕포스트 기자를 첫 질문자로 콕 집었다.

 ▷NYT와 WP는 지난해 트럼프 후보를 검증하면서 “절대로 대통령이 돼선 안 될 사람”이라며 트럼프의 구린 곳을 샅샅이 뒤졌다. 트럼프를 초청해 논설위원 집단 인터뷰를 한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에 극단적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워싱턴 주류 언론들이 연일 날선 비판을 가할 때 전국에 산재한 보수성향 군소 인터넷 언론들은 우호적인 기사를 쏟아내며 트럼프를 지켰으니 트럼프의 보은이라 할만하다.

 ▷트럼프는 트위터로도 정권에 비판적인 NYT, CNN, ABC, NBC 등을 연일 공격한다. 노무현 청와대가 인터넷 언론에 춘추관(청와대 기자실) 문호를 열고, 정권 말엔 부처 통합브리핑 룸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기자들을 거리로 쫓아낸 장면과 겹친다. 쫓겨난 기자들은 카페를 전전하며 기사를 써야 했다. 백악관 기자실의 ‘스카이프’가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는 창구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입맛에 따라 언론을 편 가르기 하는 대통령의 출현으로 미국 언론문화가 퇴행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