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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액션 영화와 같았지만…” 프랑스 전역, 희생된 두 병사 추모

“한 편의 액션 영화와 같았지만…” 프랑스 전역, 희생된 두 병사 추모

Posted May. 13, 2019 08:31   

Updated May. 13, 201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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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국민이 어디에 있건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11일 오후 파리 근교 벨리지빌라쿠블레 군 공항에 부르키나파소에서 납치됐던 인질들이 무사히 도착한 뒤 기자들에게 “어려운 작전이었지만 대통령은 프랑스에 인질들이 도착할 때까지 끝까지 이들을 쫓아갈 것을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전 과정에서 희생된 2명의 군인인 세드리크 드 피에르퐁 상사(33), 알랭 베르통셀로 상사(28) 이야기를 할 때 거듭 눈시울을 붉혔다.

 일간 르파리지앵은 이날 이번 인질 구출 작전에 대해 “한 편의 액션 영화와 같았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영화 주인공들처럼 모든 군인이 살아서 돌아오지는 못했다. 르파리지앵은 이날 프랑스 전역이 두 사람에 대한 추모로 가득했다고도 전했다.

 피에르퐁 상사는 2004년 18세에 입대했고 2005년 기초군사 훈련을 1등으로 마친 엘리트 병사다. 2012년 위베르 특공대에 합류해 지난해 4월 그룹 리더가 됐다. 베르통셀로 상사는 2011년 해군에 입대해 2017년 7월 위베르 특공대에 합류해 카타르에서 복무했다. 그는 올해 3월 말 피에르퐁 상사와 함께 사헬 지역 대테러 격퇴 작전에 투입됐다. 위베르 특공대는 1944년 제2차 세계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전사한 해군특공대대 소속 오귀스탱 위베르 중위의 이름을 딴 부대로 프랑스 최고 특수부대 5개 중 한 곳이다. 테러, 인질 구출, 수중 폭파 작전이 주 임무다.

 베르통셀로 상사 어머니 다니엘 씨는 이날 르파리지앵 인터뷰에서 “아들은 영웅적인 행동을 했다. 항상 잘 웃고 겸손한 아이로 우리에게 아무 걱정 하지 말라고 했다”며 슬퍼했다. 아버지 장뤼크 씨도 “아들을 잃은 슬픔은 참을 수 없을 만큼 크지만 그는 임무를 부여받았고 그것을 해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피에르퐁 상사와 베르통셀로 상사가 주도한 긴박한 인질 구조 작전 뒷얘기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프랑스 인질 두 명이 베냉 북부 펜자리 국립공원에서 사파리 여행을 하다가 사라진 건 5월 1일 저녁. 그들은 숙소로 돌아오지 않았고 그 공원에서 타고 다녔던 차와 운전사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프랑스 정부는 사건 발생 4일 후인 5일부터 특공대를 투입해 추적 작전을 개시했다.

 프랑스 정부는 곧 프랑스인을 납치한 세력이 인근 말리에 근거지를 둔 이슬람 무장세력 카티바 마시나이며 이들이 부르키나파소를 거쳐 말리로 이동 중임을 파악했다. 이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미군 및 미군의 드론이 큰 역할을 했다고 프랑스 합참은 전했다. 이들이 인질을 데리고 무법천지인 말리로 넘어가는 순간 구출은 불가능해진다는 판단에 인질 구출을 서둘렀다고도 전했다.

 9일 말리 북부로 이동하던 카티바 마시나가 부르키나파소에서 잠시 이동을 멈췄다. 프랑스군 특공대를 이끄는 로랑 이스나르 중장은 즉시 작전 돌입을 제안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허가했다. 프랑스 의료팀이 현지로 특파됐고 인질과 특공대원 구출을 위한 헬리콥터도 대기했다고 르파리지앵은 전했다.

 9일 밤 위베르 특공대원 20명이 작전에 투입됐다. 이들은 인질과 테러범들이 머물고 있는 은신처를 향해 전진했다. 은신처 10m 앞에서 감시병들이 특공대원들을 발견하고 총을 쏘기 시작했다. 위베르 특공대원들은 대응 발사를 하지 않고 은신처로 들어갔다. 대응 발사 도중 인질이 총에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피에르퐁 상사와 베르통셀로 상사가 총에 맞았다. 인질들을 구출한 이후 총격전이 벌어져 테러범 4명이 숨졌다.

 은신처를 급습한 프랑스군은 프랑스인 두 명 외에도 40대 한국인 여성과 60대 미국인 여성 두 명이 인질로 잡혔음을 발견했다. 플로랑스 파를리 국방장관은 “아무도 인질 2명이 더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인질 4명 중 부르키나파소 현지에서 미국으로 이송 절차를 밟고 있는 미국 여성 1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질 3명들은 12일 프랑스 대외안보국(DGSE) 직원으로부터 조사를 받기로 했다.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테러리스트들의 신원을 파악해야만 향후 작전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프랑스 정부 측은 밝혔다.


동정민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