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유효슈팅 ‘0’...빗나간 변형 스리백 실험

유효슈팅 ‘0’...빗나간 변형 스리백 실험

Posted January. 02, 2019 07:27   

Updated January. 02, 2019 07:27

中文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팀 전형을 바꾸는 파격을 선택했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평가전이 열린 1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바니야스 스타디움. 사령탑 부임 이후 ‘포백 전형(4-2-3-1)’을 주로 사용해 왔던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파격적인 ‘변형 스리백 전형(3-4-2-1)’을 내세웠다.

 이 전형의 핵심은 저돌적 돌파가 강점인 황희찬(함부르크)의 활용이었다. 주로 측면 공격수로 뛰는 그는 이날 왼쪽 윙백으로 기용됐다. 포백에서의 왼쪽 측면 수비수보다 전진된 위치에 투입돼 미드필더처럼 움직인 황희찬은 적극적으로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 3명의 공격 자원(황의조, 이청용, 황인범)과 연계 플레이로 수비를 뚫기 위해 노력했다. 왼쪽 측면 공격수 손흥민이 대한축구협회와 토트넘의 협의에 따라 아시안컵 조별리그 1, 2차전을 뛸 수 없기 때문에 전방에 공격 숫자를 늘려 공격력을 강화하는 방식을 실험한 것이다. 벤투 감독은 황희찬의 수비력이 떨어지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수비할 때는 황희찬의 수비 위치로 스리백 수비수 중 권경원이 이동하고 오른쪽 윙백인 이용이 후방으로 내려와 포백을 구성하게 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실험에 합격점을 주기는 어려웠다. 대표팀의 강점이었던 빠른 공수 전환 등이 상실되면서 0-0으로 무기력한 무승부를 거뒀기 때문이다. 축구 전문 사이트 사커웨이에 따르면 한국은 볼 점유율이 49%(사우디아라비아 51%)에 그쳤다. 황희찬은 결정적인 골 기회를 만들어 내지 못했고, 오버래핑이 뛰어난 이용도 수비 가담에 집중하면서 장기인 날카로운 크로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전형이 경기 중에 바뀌는 전술은 훈련 시간에 제약이 있는 대표팀에서 완벽히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 선수들의 적응도가 떨어지면서 실책이 많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공격수들의 골 결정력 향상도 숙제로 남았다. 축구 데이터 분석업체 비주얼 스포츠에 따르면 대표팀은 6개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유효 슈팅은 한 개도 없었다.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감바 오사카)는 2차례 슈팅을 시도했지만 슈팅 정확도가 떨어졌다. 후반 15분 황의조를 대신해 투입된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은 슈팅을 한 차례도 시도하지 못했다. 국내파와 일본, 중국 등에서 뛰는 선수들은 시즌이 종료되고 휴식을 취하면서 감각이 떨어졌고, 유럽파는 시즌이 진행 중이어서 체력적 문제가 있는 상태다. 한 위원은 “아시안컵 첫 경기인 필리핀전(7일)까지 선수들의 컨디션을 얼마나 끌어올릴지가 과제다”라고 말했다.

 확실한 페널티킥 키커 확보도 과제로 떠올랐다. 후반 36분 기성용(뉴캐슬)은 페널티킥 키커로 나섰으나 그의 슈팅은 골포스트 옆으로 벗어났다. 기성용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대표팀의 페널티킥 전담 키커였다. 앞서 손흥민도 ‘벤투호’에서 치러진 두 차례 평가전(코스타리카, 우루과이)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바 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국제 대회에서는 페널티킥 한 방으로 승부가 갈릴 수 있다. 킥 훈련 등을 통해 전문 키커 1, 2명을 선정하고 이들의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벤투호’는 쑥스러운 A매치 무패 행진(3승 4무)을 이어갔다. 벤투 감독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전술적 다양성이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조별리그 첫 경기까지 남은 시간 동안 전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