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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미고등훈련기 수주 실패... 수출 먹구름

KAI, 미고등훈련기 수주 실패... 수출 먹구름

Posted September. 29, 2018 07:39   

Updated September. 29, 2018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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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사업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방산 비리와 수리온 결함 논란 등 잇단 악재를 털 기회였던 만큼 내부적으로 충격이 상당한 분위기다. 미국 외 해외시장 개척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27일(현지 시간) 미 공군은 고등훈련기(APT) 교체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보잉-사브(스웨덴)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이뤄 입찰에 뛰어들었던 KAI는 탈락했다. 이번 입찰은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가 사업을 가져가는 ‘최저가 낙찰’ 방식으로 진행됐다.

 KAI 컨소시엄은 록히드마틴과 공동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의 개량 모델 T-50A로 입찰에 참여했다. 보잉 컨소시엄은 N-381로 맞섰다.

 KAI 컨소시엄은 보잉의 극단적인 저가(低價) 전략에 밀렸다. KAI는 이날 입장 자료를 내고 “보잉사의 저가 입찰에 따른 현격한 가격 차로 탈락했다”고 발표했다.

 원래 미 공군의 APT 사업 예정가는 163억 달러(약 18조 원)였지만 보잉은 92억 달러(약 10조2000억 원)를 제시했다. 예정가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KAI 컨소시엄도 원가 절감 등 입찰가격을 낮추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보잉은 다른 부수사업 등 장기적인 효과를 고려해 작심하고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수주는 향후 미국 해군 후속기체 사업(약 33조 원), 제3국 수출시장 개척(약 50조 원) 등에도 영향을 미쳐 총 100조 원 규모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1월로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보잉은 이날 자사 홈페이지에서 “이번에 수주한 고등훈련기는 90% 이상 미국에서 생산될 것이고 미 전역 34개주에서 1만7000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딱 들어맞는 내용이다.

 KAI 컨소시엄이 입찰을 따냈다면 동체 등 주요 부품은 한국에서 생산하고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록히드마틴 공장에서 최종 조립을 하는 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KAI 전현 임원들이 법정에 선 상황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 6월 미국 주요 언론은 KAI 주요 임원들이 지난해 뇌물수수, 횡령 등 방산 비리 혐의로 기소된 사실을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수주 실패는 취임 1년을 맞은 김조원 KAI 사장에게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방산 분야에 경력이 없는 감사원 관료 출신이라 임명 당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었다.

 KAI 주가는 전날(27일) 수주 기대감으로 꾸준히 올라 주당 5만 원에 마감했다가 28일 30% 급락해 3만5100원에 마감했다.


이은택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