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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오픈카 퍼레이드

Posted September. 19, 2018 07:42   

Updated September. 19, 2018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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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북한 평양 시내에선 남북한 정상의 오픈카 퍼레이드가 벌어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붕이 열리는 승용차를 함께 타고 ‘조국 통일’을 외치는 수만 명의 시민 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김정은이 외국 정상을 위해 공항 영접을 나온 것도, 함께 카 퍼레이드를 벌인 것도 처음이다.

 ▷김정은의 깜짝 의전은 2000년 열린 1차 남북정상회담을 연상시킨다. 김정은의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예고 없이 평양 순안공항에 등장해 김대중(DJ) 대통령을 영접했다. 두 정상은 같은 차에 올라 평양시민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백화원 초대소로 이동했다. 김정일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 등의 방북 때도 공항 영접에 나섰지만 승용차에 동승한 것은 DJ 때가 유일했다. 이 장면은 전 세계로 중계됐는데 김정일은 “김 대통령이 오셔서 내가 은둔에서 해방됐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오픈카 퍼레이드는 2000년 당시에도 북측이 제안했지만 남측 경호팀의 반대로 무산됐다. ‘적지’인 평양 최초 방문이어서 경호에 대한 부담이 컸다. 경호실 요원들은 “대통령이 위험에 처하면 단 한 명도 살아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말라”는 정신교육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긴장이 완화된 2007년 방북한 노무현 대통령은 오픈카 퍼레이드를 했다. 하지만 당시 노 대통령의 평양 오픈카 퍼레이드에선 김정일 아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동승했다. 2001년 방북했던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의 퍼레이드 때도 김영남이 옆에 있었다. 

 ▷파격 연출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북한식 예우는 여전하다. 하지만 김정은은 ‘은둔형’으로 불렸던 아버지보다 한 단계 세련되고 격상된 모습이다.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공항에 나타나 문 대통령에게 서양식으로 뺨을 세 번 맞부딪히는 인사를 했다. 북한은 이 장면 등을 이례적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했다. 스위스에서 유학한 김정은의 개방적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을 터다. 하지만 전 세계가 보고 싶은 것은 북한의 깜짝 이벤트가 아닌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행동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