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종전선언 먼저’ 요구한 김정은

Posted September. 07, 2018 08:12   

Updated September. 07, 2018 08:12

中文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단을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가 끝나기 전인 2020년 말까지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북-미 수교와 평화협정을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김정은이 핵시설 폐기와 검증을 포함한 비핵화 완료 시점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김정은은 동시에 종전선언 등 비핵화에 상응하는 미국의 ‘동시 행동’ 없이는 핵시설 신고 등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에 나설 수 없다는 점을 못 박았다. 북-미가 여전히 평행선을 그리면서 비핵화 협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안에 70년간의 적대 역사를 청산하고, 북-미 관계를 개선해 나가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 등 특사단은 전날 방북해 김정은과 1시간 50분가량 면담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20년 12월까지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라며 “(신고와 검증을 포함한) 완전한 비핵화를 마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정은은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한미 동맹이 약화된다’거나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된다’는 우려들은 종전선언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고 정 실장은 전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북한의 선제적 조치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가 이뤄진다면 비핵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계속 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및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쇄 조치를 ‘선제적이며 선의의 조치’라고 스스로 규정하면서, 미국이 종전선언을 채택해야 비핵화를 진전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비핵화 결정에 대한 판단이 옳은 판단이었다고 느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길 희망한다”고도 했다.

 정 실장은 또 “미국에 전할 북한의 비공개 메시지가 있다”고 밝혔다. 특사단이 4일 한미 정상통화에서 받은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한 데 대한 김정은의 답이 있다는 것. 정 실장은 이날 오후 8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하며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남북은 또 이달 18∼20일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달 말 유엔 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기로 하는 등 북-미 정상이 비핵화 해법을 모색하는 데 중개 역할을 맡을 방침이다. 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4일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북-미에 양쪽을 대표하는 수석 협상가(chief-negotiator)가 돼 달라’고 요청했다”고도 공개했다. 하지만 유엔총회 기간 중 추진하려던 남북미 정상회담은 일단 무산됐다고 청와대는 덧붙였다.


문병기 weappon@donga.com · 한상준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