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치솟는 집값에 ‘부동산 우울증’ 앓는 사회

치솟는 집값에 ‘부동산 우울증’ 앓는 사회

Posted September. 06, 2018 08:07   

Updated September. 06, 2018 08:07

中文

 서울, 그 중에서도 강남을 중심으로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집값에 국민 대다수는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집값만을 잡겠다는 정부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주택 구입을 미룬 사람들은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 세입자들의 내 집 마련 꿈이 더욱 더 멀어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집 가진 사람들조차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더 집값이 오르는 지역에 집을 사지 못하거나 집을 팔아치운 것에 대해 부부가 서로 네 탓이라고 싸우는 가정불화도 심심찮게 들린다.

 누구는 앉아서 몇 달만에 1억원을 버는데 주당 52시간을 꽉 채워 1년간 일해 봐야 1000만원도, 아니 100만원도 모으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누가 일할 의욕이 나겠는가. 최소한 국민 절반이 ‘부동산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소득주도성장을 아무리 외쳐도 뜀박질하는 집값 불로소득(不勞所得) 앞에 기는 듯이 느는 근로소득이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올해 4인가구 중위소득(425만원)으로 서울 지역 평균 가격(6억 9159만원)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하려면 12년 8개월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 청년들이 집을 포기하면서 연애 결혼 출산까지 포기하는 도미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 집을 가진 노후세대도 집값 상승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은퇴 후 수입은 따로 없고 달랑 집 한 채 갖고 있는데 집값 상승으로 점점 올라가는 세금을 감당할 능력이 되지 못한다. 주택연금이 가입하고 싶어도 집을 상속받을 날만 기다리는 자식들 눈치에 그렇게 하지도 못한다.

 그래도 지방에 집을 가진 사람들은 서울에 집을 가진 사람들을, 서울에서는 강남에 집을 가진 사람을 부러움을 넘어 질시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집값이 한차례 크게 하락한데다 출산율 저조가 이어지면서 한국에서도 부동산 불패(不敗)신화가 깨지는가 했더니 다시 되살아나 불타고 있다. 집을 불패의 안전자산으로 보고 있는 돈 없는 돈 다 집어넣는 투기 행위는 거시경제의 건전한 발전까지도 위협한다.

 집값 폭등이 가정불화는 물론 사회적 위화감을 넘어 사회 갈등 요인으로 치닫고 있다.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 정부는 물론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특히 야당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정치적 호재(好材)로 이용할 생각만 하지 말고 협력하는 자세로 건설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사실 지금 집값이 뛰는 데는 지난 정부 때 경기활성화를 위해 ‘빚내서 집 사라’며 과도한 부동산 부양정책을 쓴 책임도 없지 않다. 정치의 목적은 최소한 일할 맛이 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여기는 국민이 많아지고 사회에 투기 심리가 쌓이는 것만큼 나라가 우려해야 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