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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기록한 ‘G7의 분열’

Posted June. 12, 2018 07:44   

Updated June. 12, 2018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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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주요7개국(G7)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명화(名畵)처럼 완벽하게 포착한 외신 사진 한 장이 관심을 끌고 있다. 역사적 장면을 보는 독자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향한다. 메르켈 총리는 유일한 여성인데다 검정 계통 수트 차림의 남성 정상들에 둘러싸여 홀로 밝은 톤의 상의를 입고 벨라스케스의 그림 ‘시녀들’ 속 공주처럼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쏘아보면서 테이블 위에 두 손을 짚고 서서 말썽꾸러기 학생을 훈계하는 교사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왼편에 옆모습만 조금 보이는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정수리 라인이, 테이블에 손을 짚느라 약간 몸을 숙인 메르켈 총리를 거쳐 앉아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까지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흐르며 화면을 가로지른다. 그 사선(斜線)을 따라 쏟아지는 무게감이 유럽의 정상들이 미국 정상을 압박하는 듯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사의 말 따위는 듣지 않겠다는 듯 팔짱을 끼고 고집 센 표정으로 유럽 정상들의 시선을 멀뚱멀뚱 받아치고 있다. 이 장면을 중간 뒤 쪽에 서서 유럽에도 미국에도 속하지 않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답답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다. 그 오른편에는 혼자인 트럼프 대통령 측의 열세를 보완하는 듯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완고함을 감춘 특유의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 사진의 설명 달기 놀이가 한창이다. ‘G7의 분열’이란 제목은 어떨까. 트럼프 대통령은 G7 회의가 채 끝나기도 전에 북-미 정상회담에 열리는 싱가포르로 향하면서 “미국은 모든 이가 강탈하는 돼지저금통 같다. 그것은 끝났다”고 말했다. 이후 나머지 정상들은 보호무역과 관세장벽을 배제한다는 원론적 수준의 공동성명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행 전용기 내에서 그런 내용에 동의한 적이 없다며 개최국 트뤼도 총리를 비난하고 트위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도 동의했다”고 반박하며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송평인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