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첨단 IT 도시의 역설

Posted June. 05, 2018 08:15   

Updated June. 05, 2018 08:15

中文

(5판) 미국 뉴욕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아도 구매력이 떨어진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뉴요커들은 고가의 임대료는 물론 높은 생활물가를 감당해야 한다. 하버드 대학의 에드 글레이저 교수는 미국의 대도시를 조사한 결과 대략 도시 규모가 두 배 커질 때마다 임금은 10% 오른 반면 물가는 16%씩 증가했다고 했다.

 ▷1979년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 있던 회사를 고향인 시애틀로 옮기면서 이 도시의 운명도 바뀌었다. IT전문가들이 몰려들고 벤처기업이 생겨나면서 일자리도 수십만 개 생겼다. 하지만 최근 IT유통기업인 아마존의 직원마저 4만여 명으로 불어나자 기존 지역민의 불만이 폭발했다. 집값은 5년 전보다 75% 폭등했고 같은 기간 노숙자도 35%가 늘었다. 결국 시애틀 의회는 대기업이 앞으로 직원 한 명을 고용하면 275달러 세금을 내야한다는 조례까지 만들었다.

 ▷IT산업의 본거지 실리콘밸리의 실업률은 2.5%로 낮다. 연평균 소득도 13만1000달러로 미국 평균의 2배를 육박한다. 주택 가격도 캘리포니아 다른 지역보다 2배 이상 비싸다보니 캠핑카에 살면서 주변의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면서 사는 사람도 적지 않다. IT전문가 1명이 고용되면 통상 5명의 고용 파생효과를 낳지만 상당수가 억대 연봉자를 위해 봉사하는 최저임금 수준의 일자리다보니 이런 양극화가 생겨났다. 과거 디트로이트에서는 자동차 공장이 들어서면 지역민을 고용하면서 지역경제가 함께 성장했다. 하지만 전 세계의 IT인재를 흡수해 성장한 실리콘밸리의 성장방식은 전통적인 기업의 낙수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한국에서는 지난달 말 전북 군산에서 근로자 1800명과 협력업체 직원 1만 명의 삶을 책임져온 한국GM공장이 폐쇄되면서 낙수효과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고통을 호소하는 시애틀이나 실리콘밸리 주민에게는 미안하지만 IT기업 생태계가 만들어낸 낙수효과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미국의 모습마저 우리에게는 행복한 고민쯤으로 보인다.